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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내용 매체서는 南 공무원 사건 언급 없어…왜?

입력 | 2020-09-28 10:28:00

해경이 27일 서해5도에서 실종 공무원을 수색하고 있다.(해양경찰청 제공)© 뉴스1


북한이 남측 공무원 A씨의 사망 및 이후 후속 상황에 대한 보도를 주민들이 접하는 대내용 매체에는 싣지 않아 그 이유가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전날(27일) 남한이 A씨에 대한 수색 작업을 벌이면서 북측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서남해상과 서부해안 전 지역에서 수색 중이니 시신을 습득하는 경우 관례대로 남측에 넘겨주겠다고 발표했다.

통신은 특히 “우리 측 영해 침범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하여 엄중히 경고한다”라며 경고의 의미를 담는가 하면, 최고지도부의 뜻에 따라 남북 관계가 훼손되는 일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게 안전 대책을 보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보도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해 선전매체에만 게재됐으며 이튿날인 28일까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대내용 매체에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단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나서 남한에 사과를 한 만큼, 주민들까지 알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는 우리 군이 A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격되고 시신도 불태워졌다고 발표하자 지난 25일 남한에 통지문을 보내 유감을 표시하고, 김 위원장도 미안함을 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는 A씨의 월북 정황이나 시신을 불태웠다는 우리 군의 발표를 모두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1호’가 즉각 공식 사과한 이례적인 사안인 만큼 대외적으로 즉각 대응한 모습이었다. 북한은 앞서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격사건,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도발 등 남한에 사상자가 발생한 일에도 유감을 표명한 적이 있지만 최고지도자 명의나 ‘사과’의 뜻은 아니었다.

다만 북한은 대외용 보도에서도 자신들이 남측 민간인을 사살한 사건의 경위나 김 위원장이 남측에 사과한 데 대해서는 전하지 않고 ‘불미스러운 사건’이라고만 언급했다. 북측 해역에서 사상자가 발생한 것을 인정하더라도 이를 구체적으로 알리기는 꺼려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아울러 북한은 올해 남은 가장 큰 행사인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10월10일)에 대비해 수해 복구, 농작물 생산 증대 등 성과 내기에 집중하고 있다. 내부 결속을 저해할 수 있는 대외 사안을 굳이 알릴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걸로 보인다. 신문은 이날도 수해 복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내부 사안과 관련한 보도만 전했다.

특히 이번 사건이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심에서 기인한 측면도 있는 만큼, 불안감 관리 차원에서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유입을 경계하며 국경까지 봉쇄하고 있는 북한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인원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지난 7월 개성 출신 탈북민이 다시 월북했을 때도 코로나19 유입 위험이 커졌다며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하고 개성지역 봉쇄령을 내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