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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공동조사’ 받기 힘든 세가지 이유…코로나·당창건일·체면

입력 | 2020-09-28 11:06:00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격 사망해 충격을 주는 가운데 25일 해양경찰 경비함에서 어업지도선 공무원 시신 및 유류품을 수색하고 있다. (인천해경 제공) 2020.9.25/뉴스1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우리 정부가 북한에 남북 공동조사를 요청하고 나섰다. 다만 북한이 우리 측의 공동조사에 응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관례적으로 관련 사건의 모든 구체적 진상 공개는 꺼리고 있다.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당시에도 북한은 남한의 공동조사를 거부한 바 있다. 추가 조사 시 발생할 수 있는 ‘체면 손상’을 우려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번 사건 역시 북한의 과실이 추가로 드러날 수 있는 만큼 공동조사에 적극 임할 가능성이 작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가 있었던 사안인 만큼 북한 입장에서는 일이 더 커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25일 북한은 이번 서해 피격 사건과 관련해 이례적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유화 메시지를 내놨다. 다만 다음날 우리 정부에서 공동조사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곧바로 경계 자세를 취했다.

북한은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는 서남해상과 서부해안 전 지역에서 수색을 조직하고 조류를 타고 들어올 수 있는 시신을 습득하는 경우 관례대로 남측에 넘겨줄 절차와 방법까지도 생각해두고 있다”라며 자체적인 수색에 나설 것을 공표했다.

이어 “남측이 자기 영해에서 그 어떤 수색 작전을 벌이든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우리측 영해 침범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하여 엄중히 경고한다”라고 우리 정부가 공동조사를 정식으로 요청하기도 전에 미리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북한이 공동조사를 꺼리는 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에 대한 공포심도 있다. 남북 인원간 대대적 접촉면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유다.

북한은 올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경을 통제하고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을 대폭 줄였다. 이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입었지만 코로나19의 내부 확산보다는 낫다는 평가다.

북한이 공동조사에 다소 날 선 반응을 보이자 우리 정부는 비대면 논의를 통한 공동조사를 요청하고 나섰다. 군사통신선의 복구와 재가동을 통해 남과 북이 각각의 해역에서 수색에 전력을 다하고 필요한 정보를 교환해 협력하자는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대외 행보에 나설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남측의 공동조사 제안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이유다. 최근 북한 내부에서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10월10일)과 제8차 당 대회 준비가 한창이다.

북한은 열흘가량 남은 당 창건일을 앞두고 내부 역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수해 복구를 당 창건일까지 마무리하기로 한 만큼 대외 행보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내부용 매체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에는 서해 피격 사건이 일절 언급되지 않는 점도 이러한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외부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선전매체들을 통해서만 이번 피격 사건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