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7일(현지 시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북한과의 종전선언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서해상에서 한국 공무원을 사살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이고, 비핵화 논의 진전도 없지만 북한과 종전선언에 나서라고 미국을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모든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갈 예정이어서 당연히 종전선언도 이야기할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미국도 종전 선언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검토한 적이 많다”며 “무조건 ‘된다’ 혹은 ‘안 된다’를 말하기 전에 같이 말할 공감대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강조한 이후 한미 정상 간 대북정책의 이견 논란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본부장은 ‘종전선언을 미국 대선 전에 추진하느냐’는 등의 질문에는 “(미국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미 대선을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 등 ‘10월의 서프라이즈’의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를 하나하나 평가하고 예단하는 것은 삼가겠다”며 “모든 것은 북한에 달려 있으며 이를 지켜본다는 의미”라고 했다.
외교부 안팎에선 한미가 종전선언과 관련해 공감대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은 지난해를 거치며 북한이 핵시설 신고를 하면 종전선언을 줄 수 있다는 ‘조건부’ 입장으로 선회했다”며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다만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와 같은 정부 구상엔 어느 정도 미국이 호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한기재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