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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격’ 6일만에 나온 文대통령의 사과…곳곳에 김정은 신뢰·기대

입력 | 2020-09-28 17:02:00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9.28/뉴스1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피격 당해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 사건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직접 유감 표명을 했다.

우리측 발표에 따르면 북한군이 A씨를 총격으로 살해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훼손까지 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북한군의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커져 있는 만큼 유감 표명을 통해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시작하자마자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아무리 분단 상황이라고 해도 일어나선 안될 일이었다”며 “희생자가 어떻게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됐는지 경위와 상관없이 유가족들의 상심과 비탄에 대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국민들께서 받은 충격과 분노도 충분히 짐작하고 남는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국민의 신변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로서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면서 “이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국민의 생명 보호를 위한 안보와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정부의 책무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으로, A씨가 지난 22일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지 6일 만이다.

사건 발생 이후 그간 문 대통령의 언급은 주로 참모들에 대한 지시사항이거나 북한을 향한 메시지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오전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A씨의 사망 소식을 처음 접하고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에도 확인하라. 만약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고 지시했고,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 회의 결과 등을 보고받은 뒤 “충격적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라고 했었다.

문 대통령은 대국민 직접 메시지를 내놓을 기회였던 지난 25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선 A씨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대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만 했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대국민 유감 표명이 A씨가 사망한 지 엿새, 정부의 사건 공식 발표 이후 나흘 만에야 나왔다는 점에서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유가족들을 위로하면서 굳이 ‘월북 시도 논란’을 떠올리게 하는 “희생자가 어떻게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됐는지 경위와 상관없이”라는 언급을 한 것은 불필요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랫동안 경색돼 있던 남북 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한 대북 메시지도 직접 발신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우리 정부가 북측의 책임있는 답변과 조치를 요구한 지 하루 만에 통지문을 보내 그에 상응하는 답을 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적인 사과 의사를 표명한 데 대해선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인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서 곧바로 직접 사과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전날(27일)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가운데 열린 긴급안보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청와대가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과 같은 기조를 재확인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김 위원장도 이번 사건을 심각하고 무겁게 여기고 있으며 남북관계가 파탄으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도, 남북관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 해법 모색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북 대화의 불씨를 협력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비극적 사건이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고 대화와 협력의 기회를 만들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반전되기를 기대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남북간 군사통신선 복구 및 재가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북한은 지난 6월 일부 보수단체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문제 삼아 군사통신선 등 대화 채널을 끊었다.

다만, 남북관계의 큰 틀을 바라보면서 이번 사건을 넘어 진정한 평화로 다가가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김 위원장의 입장을 너무 호의적·낙관적으로 간주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문 대통령은 전날 긴급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북한에 이번 사건에 대한 공동조사를 공식 요청했던 것을 감안한 듯, ‘공동조사’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사실관계 규명’, ‘공동 해법’ 등으로 수위를 조절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