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의욕 꺾는 ‘공정경제 3법’ 소송 남발로 경영위축 불 보듯 부자 때린다고 빈곤 해결되나 청년실업 국가부채 현안 산더미 일자리와 구조개혁에 중점 둬야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기업들이 걱정하는 것은 법령이 추구하는 순기능이 악용되면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점이다. 두 가지 사례를 들 수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의 소액주주가 자회사의 임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 감사인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 제한은 대주주는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의결권을 3%만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 투기자본이 소액의 자금으로 이사나 감사를 선임한 후 기업 경영을 간섭하고 경영 비밀을 누출시켜 경영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과거 이 같은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 외국계 펀드인 소버린이 SK그룹을 공격하였고 엘리엇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을 공격하여 해당 기업은 문제 수습에 많은 경영 자원을 허비했다.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 투기자본이 기업을 공격하기 쉬워져 이런 일이 더욱 빈번해질 우려가 있다.
현재 추진 중인 각종 규제 법령들이 국회를 통과하면 어떻게 될까?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까지 경영권 보호에 많은 재원을 투입하게 된다. 그만큼 투자 여력이 줄어들 것이다. 또한 각종 소송이 늘어남에 따라 여기에 투입하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날 것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성장이 저해되면 관련 중소기업도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우리 기업은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대두, 각종 규제 등으로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반기업 정서로 꺾인 기업인들의 의욕은 금번 기업규제로 더욱 떨어질 것이다.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 실업자는 더욱 늘어나고 조세 수입도 줄어들 것이다. 금번 기업규제법으로 가장 수혜를 볼 계층은 법조인과 시민단체일 것이다. 부자 때린다고 가난한 사람이 부자 되지 않는다. 국민을 위한다면 국민이 가장 원하는 일자리를 늘리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최근 체감 청년실업률은 20%가 넘는다. 국민 생계 지원을 위해 한 해 4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국가부채비율은 작년 38%에서 금년에는 44%로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면서 일자리를 줄이는 시책에 올인(다걸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아무리 중요한 일도 추진 시기와 우선순위가 있다. 경제전문가, 국제기구 등이 우리나라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개혁, 노동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고령화시대 생산성과 무관하게 나이만 많으면 봉급이 많아지는 호봉제, 임금협상을 매년 하는 후진적인 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직적인 주 52시간제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급히 개혁해야 할 과제가 많다. 미래 세대에 ‘부채 폭탄’을 안기는 국민연금 개혁은 3년째 손도 안 대고 있다. 원격진료, 공유경제 규제개혁도 지지부진하다. 물론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공정거래 강화도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는 기업규제보다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