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A씨 자진 월북 확정적이라 판단 야당과 가족은 월북 사실 아니다 강력 반발 월북 인정 시 정부 조치에 비판 근거 약화 월북 시 가족 명예와 순직 판정에 큰 영향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월북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이는 ‘월북이냐 표류냐’가 정부와 군의 책임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29일 A씨 월북을 기정사실화했다. 해양경찰청은 이날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A씨가 스스로 월북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A씨가 북측에 월북 의사를 밝힌 점,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 인근 해상 조류 흐름 등을 근거로 자진 월북으로 결론 내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합동참모본부 보고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경로로 획득한 한미 간의 첩보와 정보에 의하면, 유가족에게는 대단히 안타깝지만, 월북은 사실로 확인돼가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과 A씨 가족은 월북 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A씨의 형도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생은 국가공무원으로 8년 동안 조국에 헌신하고 봉사한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애국자”라며 “(정부는) 월북이라고 단정하며 적대국인 북한의 통신 감청 내용은 믿어주면서 엄청난 범죄로 몰아간다”고 주장했다.
월북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것은 이를 인정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이번 사건 처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선 A씨가 월북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경우 우리 정부 책임론을 주장하는 측의 근거가 약화된다. 우리 군이 북측 해역에 넘어간 A씨를 구조하기 위해 작전을 펴야할 명분이 약해지는 것이다.
애초에 A씨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간 순간부터 우리 해군 함정 등이 북측으로 넘어가 작전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전개됐다. 무리하게 북측 해역에 진입했다가 남북 간 우발적 무력 충돌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A씨가 표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월북했다는 점까지 드러나면 우리 군이 무력 충돌 위험을 무릅쓰고 군사적 조치를 취할 명분은 한층 더 약해진다.
A씨 가족이 월북을 극구 부인하는 것은 A씨 본인과 가족의 명예 때문이다. 월북이 사실로 드러나면 가족은 월북자의 가족이라는 평판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A씨의 끔찍한 사망 과정에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까지 더해지면 가족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더 커질 수 있다.
아울러 A씨가 표류하던 중 북한군에 의해 숨진 것이 아니라 자진 월북하다 사망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공무원 신분인 A씨의 순직 여부에도 큰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순직 인정과 물질적 보상 역시 가족으로선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