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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피살 공무원 친형 “빚 있다고 월북?…사실 은폐 위한 월북몰이”

입력 | 2020-09-29 16:52:00


“최소한의 사건 현장조사, 표류 시뮬레이션도 하지 않고 해양경찰청이 일방적으로 월북을 단언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47)의 친형 이래진 씨(55)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기자회견 전에 기자들과 만나 “동생의 죽음과 관련해 해상전문가와 대담을 한다든지, 아니면 국민이 보는 앞에서 진지한 공개 토론을 하고 싶다”며 해양경찰청장의 사과와 면담을 요구했다.

이 씨는 자신의 동생이 인터넷 도박으로 2억 6000만 원의 채무가 있었다는 해경의 이날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전혀 몰랐다. 발표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또 “자꾸 동생의 채무, 가정사를 이야기하는데 우리나라 50~60% 서민들은 다 월북해야 하겠다. 나 역시 빚이 상당히 많다. 빚이 있다고 해서 월북한다면 그게 이유가 되나”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또 “동생이 표류했던 30시간과 북한에서 발견된 뒤 사살당하기 전 6시간까지 골든타임이 두 번이나 있었지만 정부가 동생을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어 “22일 동생이 살아있었던 시점에 해군이 사고 선박에 남아있는 구명조끼 개수를 파악했다. 그때 이미 군은 동생을 살릴 생각은 없고 월북몰이를 위한 작전 중이었다”면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월북몰이를 한 당국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미국, 북한이 공동으로 진상규명과 시신수습에 힘써줄 것을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한미 공조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밝혀 달라”고 요청했으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동생의 시신을 돌려주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했다.

이 씨는 “북한이 우리 동생을 끔찍하게 살해했지만 미안하다는 표현도 했다. 분노와 용서를 모두 느꼈다”면서 “동생의 죽음으로 인해 정말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이번 사건 이후로 남북한 평화가 이뤄지고 세계 질서가 확립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