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회의실에서 연평도 실종공무원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9.29/뉴스1 © News1
●해경 “인위적 노력 없이 갈 수 없는 위치”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은 이날 중간 수사 브리핑을 통해 “이 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고, 북측이 이 씨의 이름과 나이 고향 등 인적 사항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25일 통일전선부 명의로 보낸 통지문에서 “처음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북측 설명과도 다르다. 이 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어업지도선에서 단순히 실족했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해경의 시각이다. 이 씨는 구명조끼를 입은 채 1m 이상 크기의 부유물에 의지해 북쪽으로 이동했다. 해경은 국방부가 입수한 자료를 통해 부유물이 사람 키의 절반에 가까운 1m 길이로 엎드린 상태로 충분히 발을 저을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해경은 해당 부유물의 사진을 본 것은 아니어서 색깔이나 정확한 크기는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어업지도선 현장 조사와 동료 진술 등을 통해 선미 갑판에 남겨진 슬리퍼는 실종자의 것으로 확인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유전자 감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내 폐쇄회로(CC)TV는 고장으로 실종 전날인 20일 오전 8시 2분까지 동영상이 저장돼 있었고, 저장된 동영상 731개를 분석한 결과 실종자와 관련된 중요한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월북 판단된다” 해경, 모든 가능성 수사
월북을 결심한 이 씨가 가족 등에게 남긴 편지가 전혀 없는 점도 의혹으로 남는다. 이 씨는 21일 자정부터 당직 근무에 들어갔는데 바로 직전에는 휴대전화로 아들과 통화를 하면서 “공부 열심히 하라”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씨가 3억3000만원 정도의 채무가 있었으며, 그 중에 인터넷 도박으로 2억6800만원 정도의 채무를 졌다는 해경은 설명에도 의구심이 생긴다. 공무원 신분에 자녀 2명이 있는 가장이 월북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경도 단순히 채무가 있었다는 정황만으로 월북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해경은 이 씨가 이혼 상태지만 금전 관계를 제외하고는 동료 관계 등에서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경은 월북 외에도 극단적 선택과 실족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당분간 수사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