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은 북한군에 살해된 우리 국민의 실종 경위에 대해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어제 발표했다. 단순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에 의한 표류가 아닌 자진 월북으로 사실상 결론지은 것이다. 해경은 특히 북측이 실종자의 신상정보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으며 월북 의사를 밝힌 정황도 군 당국의 첩보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경 발표는 비록 중간조사 결과라지만 우리 국민이 살해된 지 일주일 만에 신속히 ‘자진 월북’으로 규정한 것이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측이 “월북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고 예고한 대로다. 어떤 경위로 사살됐는지, 시신이 훼손됐는지도 남북의 주장이 다른 데다 수색작업도 계속되는 상황에서 여당이 바람을 잡고 정부는 서둘러 월북 결론부터 내려는 모양새다.
해경은 그 근거로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표류 예측 결과와 발견 위치의 차이 등을 제시했지만 핵심은 군 당국이 입수한 첩보자료였다. 북한군 감청 첩보가 월북으로 판단하는 결정적 증거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청와대가 정부의 늑장 대응 책임론을 반박하면서 “단지 토막토막의 첩보만 있던 상황”이라고 변명한 그 첩보 조각들이다. 자신들이 불리할 때는 토막 첩보라고 평가절하하다 이젠 그걸 근거로 제시한다.
정작 북한의 만행 첩보에 대해선 민주당이 애써 무시하는 것도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연유(燃油·유류의 북한말)를 몸에 발라 태우라”는 북한군 통신을 입수했다는 군의 보고를 받고도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고 했다. 똑같은 군 보고를 받은 야당이 북한군 지휘부 지시, 시신 훼손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것과는 그 태도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총격을 받고 처참하게 숨진 우리 국민은 우리 정부에 의해선 ‘자진 월북자’로, 북측에 의해선 ‘불법 침입자’로 규정됐다. 설령 그가 월북 의사를 밝혔다 하더라도 그것이 살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 아니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그 어떤 국민이라도 보호하지 못한 나라의 책임은 결코 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