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이제는 OUT!]코로나 계기로 금연 나선 사람들
문 씨는 자가 격리 기간에 제주금연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이 센터는 올 7월부터 자가 격리자를 위한 ‘비대면 금연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금연과 관련한 전화상담과 더불어 아로마 파이프 등 흡연 대체품을 제공하고 있다. 강지언 제주금연지원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성 폐렴의 경우 흡연이 미치는 악영향이 세균성 폐렴보다 더 크다”며 “14일 동안의 자가 격리 기간을 금연 치료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금연을 결심하는 흡연자가 늘고 있다. 흡연으로 인한 폐 기능 손상이 감염 시 중증 위험을 키우는 데다 흡연하는 동안엔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어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 5월 한 물류센터 직원이 PC방 흡연실에서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있었다. 방역당국은 확진자가 흡연실에 남긴 바이러스를 다른 흡연자가 흡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인천지역 금연캠프를 찾은 김모 씨(43)는 “흡연실에선 가래침을 아무 데나 뱉고 기침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식당에서 일하는 오모 씨(24)도 자신이 거주하는 경기 남양주시 아파트 단지에서 최근 확진자가 여럿 나온 뒤로 담배를 끊었다. 단지 내에서 담배를 피우기가 찜찜해졌기 때문이다. 오 씨는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 배출할 때도 반드시 마스크를 쓰는데 담배를 피울 땐 마스크를 벗어야 해 불안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는 흡연자들의 금연 의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가금연지원센터에 따르면 금연캠프 이용자의 6개월간 금연 성공률은 올해 60.1%로 지난해(58.4%)에 비해 1.7%포인트 높았다. 4주간 금연 성공률도 올해 92.4%로 지난해(90.9%)에 비해 소폭 올랐다.
흡연이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는 게 여러 연구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공동연구팀이 13∼24세 4351명을 대상으로 올 5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모두 피우는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코로나19 감염 확률이 약 7배나 높았다. 연구팀은 니코틴 등 담배 속 화학물질이 호흡기 손상을 가해 감염병에 취약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앞으로도 호흡기 전염병 유행이 주기적으로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 금연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전남혁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