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에 걸친 텍사스 생활을 감동적인 마지막 플레이로 장식한 추신수. 동아일보DB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추추 트레인’ 추신수(38)는 8일 안방 시애틀전에서 오른손 손목을 다쳤다. 4~6주 진단이 나왔다. 여전히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추신수는 28일 이번 시즌 문을 연 안방 구장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이번 시즌 최종전에 출전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날은 추신수와 텍사스의 7년 계약이 공식적으로 끝나는 날이기도 했다.
추신수는 “나는 사실 대타로 나갈 줄 알았다. 그러나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이 ‘너는 우리 팀 최고의 1번 타자였다. 당연히 선발 출전해야 한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왼손 타자 추신수를 상대로 상대 팀 내야진은 1루 쪽으로 치우치게 수비 위치를 잡았다. 추신수는 휴스턴 선발 투수 체이스 데종이 던진 두 번째 공을 3루 쪽으로 굴린 뒤 1루를 향해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1루심 판정은 세이프. 베이스를 밟는 순간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왼쪽 발목 통증을 느낀 그는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때린 771번째 안타를 뒤로한 채 교체됐다.
선수단은 물론이고 트레이너와 클럽하우스 관리인까지 모두 손뼉을 치고 포옹을 하며 베테랑을 예우했다. 추신수는 “구단 관계자가 ‘이렇게 텍사스에서 오래 뛴 선수는 아드리안 벨트레(41)와 나 둘뿐이라고 하더라. 매년 트레이드설이 나오기는 했지만 나는 한 팀에서 7년을 뛴 운 좋은 선수”라고 말했다.
한 팀에서 그저 오래 뛰었다고 이런 예우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추신수는 코로나19로 모든 마이너리그 일정이 중단되자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 선수 191명 전원에게 1000달러씩을 선물했다. 추신수는 이 공로로 그해 사회 공헌에 가장 앞장선 선수가 받는 로베르토 클레멘테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추신수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품격이란 무엇인지 증명할 줄 아는 선수였다.
내년에 추신수가 어떤 팀에서 뛰게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어쩌면 더 이상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그를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꺼지기 전에 가장 밝다는 촛불처럼 추신수가 텍사스에서 남긴 마지막 모습은 많은 팬들 가슴에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