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리 국민 사살]합참 방문 野의원들에 브리핑 軍, 靑보고때 이미 ‘사살 지시’ 확인… 靑도 알았다면 늑장대응 논란 커져 ‘시신 못찾아 부유물만 불태웠다’는 北통지문 주장 뒤엎을 단서 있는듯
군과 정치권에 대한 본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22일 오후 9시경 북한군이 상부로 추정되는 누군가에게 이 씨 처리 방침을 문의했고 사살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오후 9시 40분경 사살 결과 보고가 북한군 상부에 전해진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9일 라디오에서 “‘그러면 어떻게 처리할까요?’라고 보고하는 과정에 갑자기 ‘사격을 하라’고 해 단속정이 사격을 했다고 저는 (군으로부터)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28일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보안서약서를 받고 피살 당시 감청 내용이 담긴 특수정보(SI)를 설명했다고 한다. 이를 들은 한기호 의원은 “감청 내용은 비밀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상급부대에서 죽이라고 지시해서 죽였다는데 다른 구체적인 상황이 뭐가 더 필요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합참은 28일 국민의힘 브리핑을 통해 결과적으로 이 씨의 사망 경위가 담긴 25일 북한 통지문의 핵심 주장들을 반박하고 나섰다. 군이 정보자산 등을 통해 결론 내린 초기 판단 중 핵심 내용은 그대로 신뢰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일각에선 청와대의 과도한 정보 통제에 더해 북한이 통지문을 보내온 이후 우리 군이 포착한 대북 정보의 재검토 방침까지 나오자 합참이 기존 판단을 고수하는 한편 추가 정황을 공개하면서 북한 주장을 맞받아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우선 합참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북한이 이 씨를 사살한 후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웠다는 초기 판단을 거듭 확인했다. 이 씨가 단속 명령에 불응하고 도주하는 상황이 조성돼 사살했지만 시신은 찾지 못했고, 부유물만 태웠다는 북한의 주장을 뒤엎을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확보했음을 내비쳤다는 것. 구명조끼를 착용한 시신은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원들과 합참 관계자들은 견해를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북한에서 출동한 함정이 ‘동력선으로 엔진이 가동 중인 상태’였다는 정황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이를 토대로 (배의 엔진 소음에) 바다 소음까지 있는 상황에서 80m 떨어진 거리에서 기진맥진한 이 씨와 소통해 신원을 확인했다는 북측 주장이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파도가 치는 밤바다에서 불빛에만 의존해 40∼50m 떨어진, 흔들리는 부유물 위의 사람을 사살했다는 북한의 발표 내용은 믿을 수 없다고도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박민우·박효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