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 오전 10시부터 90분 진행
TV토론장에 美 상징 독수리 조형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첫 TV토론을 앞두고 28일 인부들이 토론장에 미국을 상징하는 대머리수리 조형물을 설치하고 있다. 클리블랜드=AP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형 유세 등 오프라인 선거운동이 많이 줄어든 이번 선거에서 대선 후보 간 TV토론은 그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선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시간 29일 오후 9시(한국 시간 30일 오전 10시)부터 90분간 진행되는 첫 TV토론은 사상 최대인 1억 명이 시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몬머스대가 2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74%가 “첫 대선 TV토론회를 생중계로 시청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번 토론의 주제는 △과거 정책 및 발언 △대법관 인준 △코로나19 대응 △경제 △인종문제 △부정선거 논란 등 6가지다. 사회를 맡은 크리스 월리스(73)는 보수성향인 폭스뉴스의 앵커이지만 민주당원인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74)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그는 “두 후보가 핵심 의제에 집중하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24일 “월리스가 급진 좌파에게 조종당한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78)에겐 힘든 질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처럼 즉흥적으로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태도를 유지하며 바이든 후보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업무 수행이 토론 준비”라며 자신감을 보여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 살 위인 바이든 후보의 나이와 건강 상태를 집중 공격할 예정이다. 전날에도 바이든 후보에게 “토론 전에 약물 검사를 같이 받자”고 제안했다. 바이든이 약물에 의존해 버티고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며 조롱한 것이다. 또 바이든 후보가 민주당 내 급진 좌파에게 좌지우지되고, 친중(親中) 성향이라고 주장하면서 우편투표 부정 의혹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후보는 “불량배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다”며 대통령의 공격을 잘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 및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대응, 최근 불거진 탈세 의혹 등 대통령의 약점을 최대한 들춰낼 계획이다. 또 근거 없는 주장을 자주 늘어놓는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팩트 체크’를 통해 역공을 펼친다는 전략도 밝혔다. 전문가들은 TV토론에서 바이든 후보가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혹은 이미 터질 만큼 터진 상태여서 토론을 통해 추가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낮지만 바이든 후보는 토론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점수를 까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든 후보가 뭔가를 기억해내지 못하거나 말문이 막히는 모습을 보이면 트럼프 대통령의 ‘고령·치매 프레임’이 효과를 볼 수 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트럼프에 대한 유권자의 기대치는 40점인 반면에 바이든은 80점”이라며 “트럼프는 실수를 해도 별로 잃을 게 없지만 바이든은 다르다”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