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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마켓 수수료 낮추니…넥슨부터 위메이드까지 170개 사가 러브콜”[신무경의 Let IT Go]

입력 | 2020-10-01 15:00:00

국내 앱 마켓 원스토어 이재환 대표
2년 전 수수료 정책 개편 승부수 띄워
거래액 2배, 매출 1.5배↑ 체질 달라져
구글 반사효과에 콘텐츠 앱 속속 입점
내년 상장 통해 콘텐츠 글로벌 가속화




구글이 웹툰, 음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비(非) 게임 애플리케이션(앱)에 대해서도 자사 결제 시스템 ‘구글 빌링’ 사용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을 29일 공식화했다. 기존까지는 게임 앱에 대해서만 구글 빌링을 사용하도록 했다. 구글 빌링을 이용하는 개발사는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내야만 한다.

애플은 애초부터 게임이든 비 게임이든 ‘애플 빌링 사용을 의무화했다. 구글과 애플 모두 앱 마켓이라는 ’장마당‘을 깔아준 대가로 개발사에 매출 30%라는 고율의 ’디지털 세(稅)‘를 걷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일찌감치 수수료를 5~20%로 인하한 한국의 앱 마켓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2016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가 각각 운영해온 앱 마켓을 통합해 만든 원스토어다.

2018년 7월 이 회사는 게임 앱과 비 게임 앱 모두에 ’원스토어 빌링‘ 의무 사용이라는 정책을 폐기했다. “앱 마켓 자존심을 내려놓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설명과 함께. 지금 구글이 보여주고 있는 움직임과는 정반대 행보였다.

원스토어는 개발사들이 스스로 만든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시 수수료는 5%만 받기로 했다. 기존처럼 원스토어 빌링을 사용하는 개발사들에게는 수수료를 20%만 취하기로 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10~25%포인트 가량 수수료 부담이 낮아진 셈이다.

원스토어는 일련의 구글의 앱 마켓 정책 변경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리고 원스토어의 수수료 정책 변경은 그 동안 한국 앱 마켓에 어떤 변화를 낳았을까. 최근 경기 성남시 원스토어 본사에서 이재환 대표(사진)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2018년 7월 수수료 인하 정책 발표 이후 오랜만에 뵙네요.

기자간담회 때 뵈었었죠. 2년 전 당시 간담회장을 돌이켜보면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떠올라요. 수수료 인하조차 시장에서 반응을 얻지 못한다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했었거든요.

원스토어는 2016년 이통 3사와 유플러스, 네이버가 각각 운영하고 있던 앱 마켓을 통합하면서 새롭게 출범했어요. 그렇개 한 해, 두 해를 보냈지만 4개 사의 단순 합보다 시너지가 안 났었습니다. 돌파구가 필요했고 원스토어 빌링 의무 사용 정책을 폐기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그 동안의 반응을 보면 시장에서 원스토어의 진정성을 알아주셨다는 생각을 합니다. 단순히 수수료를 낮췄다기보다는 앱 장터라는 플랫폼으로서 한국 앱 생태계 발전을 위한 역할을 해보겠다는 그런 진정성 말이죠.

9월 실적이 아직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수수료 정책 변경 이후인 2018년 3분기(7~9월)부터 2020년 3분기(7~9월)까지 총 9개 분기 연속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어요. 그 동안 거래액은 2배, 매출은 1.5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의사결정 당시 여러 가지 안을 두고 고민을 하셨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수수료 인하만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개발사의 외부결제 시스템을 수용하는 것까지 나아갔죠. 지금은 구글 빌링 의무화 이슈로 수수료율만이 부각되고 있는데요. 사실 앱 마켓 입장에서는 외부결제를 수용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앱 마켓 태생 자체가 자신들의 빌링 시스템을 이용하는 앱을 유통시켜준다는 의미였으니까요.

2년 전으로 돌아가면 당시에는 원스토어와 애플은 게임이든 비 게임이든 모든 앱에 앱 마켓 빌링을 의무화했었습니다. 구글만 비 게임 앱에 대해서 구글 빌링을 의무화 하지 않았었죠.

그러다보니 일부 한국의 비 게임 개발사에서는 원스토어에도 자신들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고 싶다고 얘기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어서 스스로 위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었습니다.

지금은 게임이든 비 게임이든 모든 앱에 대한 외부결제를 개방하고 수수료를 낮추고 있지만요.

―앱 마켓이 자체 빌링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앱 마켓 전체 시스템 운영 비용이 가장 큽니다. 부정결제와 같은 이슈에 리스크 관리를 위한 비용에도 쓰이고요. 아울러 수수료를 받아야 개발사들에 마케팅을 해줄 수 있습니다. 개발사로부터 받은 게 있어야 고객들에게 쿠폰을 주거나 캐시백을 해줄 여력이 생기는 겁니다.

―5~20% 수수료율은 어떤 기준으로 책정됐나요.

자체 결제 시스템을 쓰는 개발사들은 원스토어의 마케팅 지원을 못 받습니다. 이를테면 아이템 구매 시 통신사 할인 같은 지원은 없는 겁니다. 부정결제나 기타 민원이 생기면 직접 처리해야만 하고요. 한편으로 개발사 입장에서는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한 인력과 자원이 필요합니다.

기존에 PC 온라인 게임 사업을 하면서 자체 결제시스템을 구축한 노하우가 있는 기업들은 감내하고 자체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하지만 원스토어에 입점한 대부분의 개발사들은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보다는 원스토어 빌링을 쓰며 20%의 수수료율을 내고 있습니다.

―구글 빌링 사용이 의무화되면서 원스토어에 반사효과가 있었나요.


게임 쪽은 크게 변동 사항이 없습니다. 구글 빌링 논란과 상관없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반대로 웹툰, 음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같은 콘텐츠 앱들의 문의가 많습니다. 30% 수수료를 내고 사업을 해야 할 지 고민인 것이죠. 안 내던 수수료를 내게 되면 소비자가를 올려야 하고, 소비자가를 올리면 고객들이 떨어져 나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겁니다. 지니뮤직, 플로, 벅스, 웨이브, 시즌 등 올해 5~6곳이 원스토어에 입점하고 원스토어 빌링을 쓰게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수수료 인하 이후 점유율은 많이 상승했나요.

2016년 원스토어가 시작할 때 시장점유율은 자체 추산으로 10% 정도였습니다. 현재는 15~18%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7월 선보인 넥슨의 바람의나라: 연이 큰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바람의나라: 연은 게임 출시 1년 전부터 원스토어가 입점에 공을 들인 작품입니다. 바람의나라를 모바일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희가 넥슨을 찾아갔었죠. 넥슨에서도 원스토어의 이용자들과 바람의나라 이용자들의 성격이 잘 맞는다고 판단해 출시하겠다는 약속을 해주었습니다. 원스토어 충성 고객층이 3040인데, 레트로 게임인 바람의나라: 연의 타겟 고객이랑 겹쳤던 것이지요.

원스토어는 우리나라 최초의 역할수행(RPG) 게임인 바람의나라와 같은 급의 게임이 나온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례적으로 TV 광고를 대대적으로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넥슨 신작을 마케팅해준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원스토어 브랜드도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29일 현재 바람의나라: 연은 구글플레이 매출 3위다.)

―수수료 인하 전후로 입점 기업과 게임 수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전체 게임 중 유료거래 발생 타이틀이 2018년 상반기에는 2360개였어요. 2년 새 3256개로 38% 가량 늘어났습니다. 유료거래 발생 게임 콘텐츠 판매자수는 같은 기간 489개에서 659개로 35% 정도 늘어났고요.

수수료율을 낮추기 전에는 앱 마켓 톱 30위 게임 중 5개 정도만이 원스토어에 입점했는데 현재는 13개 정도 입점했거나 예정되어 있습니다. 조만간 인기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게임들의 입점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달 중에는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오리진이, 연내에는 위메이드 미르4도 출시될 계획입니다.

―이용자층도 변화했나요.

그간 애니팡4, 쿠키런과 같은 캐주얼 라인업을 늘려왔습니다. 특히 애니팡4에서 1일1팡이라는 프로모션을 했었는데요. 초기 일주일 정도는 원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는 유저의 수가 경쟁사 대비 많았을 정도였습니다. 덕분에 고과금 유저뿐 아니라 중저과금, 무과금 유저까지 저변이 확대됐죠.

캐주얼 게임 덕분에 2020년 1~8월 구매자수 통계 기준으로 2018년 대비 5만 원 미만 결제 구매자 수는 약 1.7배 성장했습니다.

원스토어는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고과금 PRG 게임을 많이 내놓는다고 각인되어 있는데요. 이제는 대중들이 즐기는 캐주얼 게임을 많이 늘리는 것이 올해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2016년 출범할 때의 계획이 있었을 텐데요. 4년이 지난 현재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보시는지요.

처음 출범할 때 33%라는 시장점유율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었습니다. 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 하려면 최소한 3분의 1 가량의 점유율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15~18% 점유율인 현재, 목표의 절반 정도 왔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원스토어 사업 방향성은.

모바일 게임을 PC에서 즐기는 크로스플레이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크로스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소프트웨어(SW) 개발을 준비 중입니다. 현재 중국 회사들이 이 같은 SW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데요. 일부 국내 기업들이 중국 회사에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패키지(apk)를 넘겨주는 것을 불안해합니다. 원스토어에는 이미 apk 파일을 넘겨주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이 해주었으면 하는 수요가 있는 것이지요.

아울러 추가 투자 유치와 내년 상장(IPO)으로 확보한 자금을 기반으로 웹툰, 웹소설과 같은 콘텐츠에 투자하고 원스토어와 같은 앱 마켓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출시할 계획입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