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상승했다고 그냥 매도하는 것은 카지노 게임”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홍중식 기자]
A. 주식을 사세요.
한국 투자업계의 큰손으로 통하는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한국명 이정복)의 대답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그는 “부자처럼 보이려 애쓰지 말고, 진짜 부자가 돼야 한다”며 “미래에 대한 투자를 뒤로 미루고 소비에 우선순위를 두는 생활습관을 바꾸라”고 강조해왔다.
존리 대표는 1980년대 초 연세대 경제학과를 자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그 후 KPMG의 전신인 피트마윅(Peat Marwick)에서 회계사로 일하다 미국 투자회사인 스커더 스티븐스 앤드 크락(Scudder Stevens & Clark)으로 옮겨 코리아펀드를 운용하면서 월가의 스타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월가의 중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면서 쌓은 경험과 철학을 모국 투자자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소명이라고 했다.
여전히 부동산보다는 주식
-저서 ‘왜 주식인가’ ‘엄마, 주식 사주세요’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등이 연달아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코로나 19 유행 이후 더 많이 팔린 것 같아요. “모두가 재테크에 관심이 늘다 보니 책이 잘 팔리더라고요. 이후에도 책을 내자는 연락이 굉장히 많이 왔는데 다 거절했죠. 그런데 많은 이들이 제 책을 읽고 ‘부자가 되는 마인드’는 알겠는데 ‘부자가 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더라고요. 한국에 와서 놀라운 장면을 본 적이 있어요. TV에서 지자체장 후보들이 토론하는데 한쪽에서 ‘당신 주식투자 했지’ 하니까 상대가 ‘죄송합니다’ 이러는 거예요. 아니, 지자체장을 하려는 사람이 주식, 우리나라 기업에 투자하지 않은 게 더 문제 아닐까요?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에서 아직도 ‘금융 문맹’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아들이나 친한 친구에게 말하듯이 쉽게 읽히는 책을 썼습니다.” (추석 이후 그는 ‘존리의 금융문맹 탈출’ (베가북스)을 출간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SBS ‘집사부일체’ 사부로도 나왔고, MBC ‘교양 있는 부동산 예능?돈벌래’에도 출연했죠.
“‘돈벌래’ 나와서 악플을 많이 받았어요(웃음). 부동산에 관심 있는 시청자들이 보는 프로그램에서 부동산이 별로라고 하니까…. 저는 여전히 부동산에 돈을 쓰는 건 투자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부동산은 ‘일하는 돈’이 아니기 때문이죠. 일본도 부동산 때문에 망한 거거든요. 자산의 30~35% 이상을 넘어서까지 부동산에 돈을 썼다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10억을 벌고 3~4억으로 부동산을 사는 건 OK라 생각해요. 하지만 요즘처럼 ‘영끌’까지 해서 부동산을 사는 건 문제라는 거죠. 부동산이 폭락하기라도 하면 그 돈이 어떻게 되겠어요.”
-부모라면 아이 사교육비를 쓸 돈으로 주식을 하라고 했는데요. 가족들도 재테크를 주식으로 하나요.
“물론이죠. 특히 미국에서는 주식 투자를 너무나 당연시해요. 퇴직 연금도 주식에 들어가 있고요. 사회 분위기 자체가 새로운 기업에 대해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분위기죠.”
-국내에서는 유독 주식에 투자했다가 ‘쪽박 찼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그래서 주식 투자 자체가 무섭기도 합니다.
“망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회사가 돈을 벌어다 줘야 하는데 자기가 돈을 벌려고 하기 때문이죠. 회사 가치를 보고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해야 하는데 거꾸로 많이 오른다 싶으면 따라서 사고, 그러다 떨어지면 팔고 이러다 보니 100% 망할 수밖에 없죠. 그렇기 때문에 교육이 필요해요. 주식 투자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기업 일부를 가진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죠.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번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저처럼 오랫동안 투자한 사람들이에요. 주식은 10~20% 벌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10% 떨어지면 곧장 손절매합니다. 그건 투자가 아니라 카지노 게임이죠.”
“저는 정반대로 봅니다. 주식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건 좋은 현상이에요. 다만 젊은이들이나 주부들까지 주식 시장에 들어와서 ‘단타’만 한다면 조금 걱정이 되지만요.”
-주식은 몇 살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나요.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고, 하루라도 늦게 팔아야 합니다.”
‘주린이’가 제일 먼저 할 일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홍중식 기자]
“N사 게임을 매일 하면서 N사 주식을 살 생각을 왜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생각하면 쉽습니다. 일단 주식 거래할 수 있는 계좌를 만들고요. 처음부터 주식을 고르기 힘드니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세요. 매일 커피를 사먹는 돈이 하루에 1만 원 가량 된다면 그걸 투자로 바꾸는 겁니다.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가난할 수밖에 없어요. 계속 소비하니까요. 그 소비를 투자로 바꾸세요. (그는 직장인을 위한 펀드로 메리츠자산운용 ‘샐러리맨 펀드’를 추천했다.) 개별 주식 투자는 처음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됩니다. 펀드에서 보내오는 편지를 받아보세요. 펀드 매니저가 나를 부자로 만들어 주기 위해서 뭘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읽어보고 의문이 생기면 그때는 본격적으로 용어를 알아야겠죠. 주식은 뭐고, 지분은 뭐고, 주식은 회사의 지분이구나, 나를 흥분시키는 것이구나, 내가 회사의 지분을 갖게 됐구나. A 맥주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친구가 A 맥주를 마실 때마다 내게 돈이 들어오는구나. 그렇게 용어를 알면 주식 투자가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때부터 자본가가 되어가는 거죠. 아이들에게도 이 이치를 가르쳐주면 나중에는 소비를 하라고 빌어도 안 하게 됩니다. 의식주에 쓸 돈을 제외하고, 젊은 사람이라면 월급의 10%만 주식에 투자해도 노후 준비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죠.”
-좋은 회사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업종은 유망해 보이는데, 집안 싸움이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기업도 있는데요.
“저라면 피합니다. 지배구조가 좋지 않은 거죠. 경영진의 자질도 따져봐야 하고요. 이 회사랑 내가 동업하고 싶은지, 동업하고 싶지 않은지를 생각하세요. 물론 그런 이슈 때문에 주식이 형편없이 저평가돼 있을 때도 있기는 합니다. 틈틈이 영업 보고서를 읽어보고, 업계와 회사 관련 이슈를 챙겨야겠죠.”
-주식을 평생 쥐고 있어야 되나요. 언젠가 팔긴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주식을 팔 때는 예외조항을 반드시 둬야 합니다. 주식은 사실 계속 돈을 벌어다 주고 나중에 자식에게도 줄 수 있으니 팔 이유가 없죠. 가격이 내릴 것 같으니 팔겠다? 이건 도박입니다. 도박과 투자의 차이를 알아야 해요. 주식을 팔 때는 내가 가진 회사에서 큰 일이 생겼거나, 경영진이 이상한 짓을 했거나, 세상의 패러다임이 변했을 때 정도죠.”
“부자들은 투자를 하면서 즐거움을 찾고 가난한 사람은 소비를 통해 즐거움을 찾는다고 합니다. 요즘 한국 사회는 가난하게 되는 걸 즐겁게 여기는 분위기인데 너무 마음이 아파요. 특강에서는 최대한 질문을 많이 받으려 합니다. 자신의 투자 체험담이나 투자에 실패한 사례 등 사례 위주로 접근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생각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에게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주식 투자자가 되는 건 어떻게 보는지” 묻자 고개를 저었다. 그는 “주식을 소유한 회사의 경영진이 일을 하게 하는 게 낫다”라며 “주식으로 번 돈으로 나중에 회사를 나와 창업하고, 그 회사의 주식을 다른 사람들이 살 수 있게 만드는 건 찬성”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와 존 리 대표가 함께하는 투자특강이 11월 21일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10월 중순 주간동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59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