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트럼프 확진 파문 속 미국 대선, 북핵 문제 영향은? [우아한 전문가 발언대]

입력 | 2020-10-02 14:00:00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2일 오후 발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에 따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시계 제로의 불확실성으로 빠져들게 됐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달 30일 오전 벌어진 1차 TV 토론 결과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파문은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관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옥토버 서프라이즈’라며 기대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깜짝 회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딛고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대선 직후 김정은과의 조기 대화 재개는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TV토론 일주일 전만 해도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의 흐름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민주당 바이든 전 부통령의 소극적인 대응이 이번 선거를 트럼프 대 반(反) 트럼프 대결로 몰아갔고 그 결과 일반투표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이기더라도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2016년과 같이 공화당 후보가 이길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힘을 얻어갔다.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대통령의 당락을 결정짓는 소위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맹추격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말싸움에는 일가견이 있다는 트럼프 후보가 TV토론에서 바이든 후보를 압도할 경우 대선 판도는 요동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지난번 1차 TV토론의 결과는 의외로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CNBC 방송이 토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5%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답했고, 바이든 후보가 못했다고 답변한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아무래도 트럼프 대통령이 더 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에 토론에서의 우위를 살리지 못한 데 대한 실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후보 지지율 역시 바이든 후보는 54%, 트럼프 후보 41%로 13%포인트나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후보의 끊임없는 토론 중 간섭으로 응답자의 77%가량이 이번 토론이 자신들이 미국인임을 자랑스럽게 느끼지 못하게 했다고 실망했다고 답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 역시 견고하기에 남은 기간 어떤 반전이 이루어질지 모르지만 미국인 7300만 명이 시청한 역대 세 번째의 흥행 기록임을 고려할 때 TV토론의 결과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미국 대선 결과는 북미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왔다. 세계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중요하고 북한도 대외정책에 있어 미국이라는 변수를 최우선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미국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북미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를 선호하는 트럼프 후보의 입장과 실무진의 조율을 우선시하는 바이든 후보의 입장이 워낙 대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 대선 결과에 북미관계 또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번 TV토론의 내용을 고려할 때,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과 같은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북한 문제는 토론의 핵심 주제가 되기는커녕 언급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 대선의 핵심은 코로나19 대응과 미국 내 경제 상황, 인종갈등이다. 대외정책과 관련해서는 중국 문제가 다루어질 뿐이다. 그 결과 북미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민들의 지지를 결집하는 깜짝 이벤트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아직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지만, 대선 국면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활용하기 위한 카드로서의 가치가 적기에 대선 전 극적인 북미대화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문제는 대선 직후에도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할 가능성 또한 적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4년이라는 시간을 보장받은 상황이 되면 북한 문제를 보다 여유를 가지고 풀어가려 할 것이다. 자신을 위대한 협상가로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북한에게 제시하며 김정은 위원장의 양보를 기다릴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탄생할 경우 자신이 누차 강조한 실무진 간의 의미 있는 비핵화 협상을 먼저 갖으려 할 것이다. 그 결과 정상 수준의 대화가 이뤄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강조해 온 김정은은 조만간 친서나 공개 메시지를 통해 쾌유를 빈다는 등의 정치적 액션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년 1월 미국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공세적 행동으로 대응할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전략도발을 자제함으로써 미 대선과정에서 북핵문제의 우선순위를 스스로 낮췄다. 이런 북한의 입장은 대선 직후의 보상심리로 나타날 수 있고, 대화가 자신들의 뜻대로 전개되지 않을 경우 다시 한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 등을 통해 긴장을 조성시키며 미국 행정부의 적극적인 관여를 압박하려 들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는 다시 연말이나 내년 초 북한의 전략도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최근 상황은 극적인 북미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장기간의 대화 공백과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유의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