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두 달 여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공식 석상에 나타난 것은 지난 7월 27일 전국 노병대회 참석 이후 66일 만의 일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강원도 김화군 수해복구 현장에 나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수행하는 김 제1부부장의 모습을 1면 대형 사진에 담았다. 환하게 웃음 짓는 김 위원장 뒤로 베이지색 트렌치코트 차림의 김 제1부부장이 미소를 짓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월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돼 제13·14차 정치국 회의에 참여하는 등 올해 활발한 정치 행보를 보여왔다. 또 순천인비료공장과 광천닭공장 현지시찰 때도 오빠인 김 위원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수행했다.
우리 정부도 김 제1부부장을 북한의 '2인자'로 인정했다. 지난 8월 20일 국가정보원(국정원)은 북한의 투트랙 통치 방식을 공식화하며 김 제1부부장이 북한의 외교를 총괄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런 그가 지난 7월 말 노병대회 참석 이후 북한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주요 회의는 물론 지난 8·9월 김 위원장의 공식 일정에도 일절 동행하지 않았다.
김 제1부부장이 갑작스레 사라지자 일각에서는 그가 미국 대선(11월 3일)을 앞두고 대외 정책 수립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북한의 대외 정책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에 미리 준비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 대선 전 모종의 물밑 접촉을 지휘했을 가능성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관계를 성과로 내세우고 싶어 하는 만큼, 미 대선 전 북미 대화를 성사 시켜 일명 '10월의 서프라이즈' 국면을 전개하기 위한 작업 중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가능하다면 앞으로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 데 대하여 위원장 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라고 특이한 언급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김 제1부부장을 중심으로 대미 접촉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김 제1부부장이 공식행사에 나타나자 그가 본격적인 메신저 활동을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달 29일 정치국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고 10월 첫 공식 일정에 나타난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10월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한다는 계획 하에 이뤄진 행보일 가능성이 크다.
오는 7~8일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이달 중 방한을 고려하고 있다. 한반도에 미·중 외교관이 차례로 들어오는 '10월의 상황' 속에서 이날 김 제1부부장이 보여준 웃음이 어떤 행보를 예고하는 것일지 주목된다.
한편 대남 총괄인 김 제1부부장이 복귀하긴 했지만 지난달 22일 남측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피살당한 사건과는 무관한 행보로 보인다. 이미 김 위원장이 '사과'의 뜻을 밝혔고 영해 침범을 경계하는 입장도 내놓은 상태이기에 김 제1부부장이 재개입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