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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린이’를 위한 주식농부의 조언, “배당 3%이상인 기업과 동행하라”

입력 | 2020-10-03 20:39:00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지호영 기자]

박영옥(59) 스마트인컴 대표는 2000억대의 주식 자산을 일군 대한민국의 대표 슈퍼개미다. 그런 박 대표에게는 ‘주식농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좋은 종자를 골라 봄에 파종한 후 여름 내내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가을에 수확하는 농부처럼 잠재력 있는 기업에 투자한 뒤 기업과 동행하며 수익을 공유하는 그의 독특한 투자 방식 때문이다. 단타가 횡행하는 자본시장에서 그만의 농심(農心) 투자 철학은 빛을 발한다. 그가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만도 10여개에 달한다. 

9월21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투자동아리를 만들고 가족이나 연인 간에도 투자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한 두 번의 요행으로 큰 수익을 거둘 경우 그같은 경험이 독이 돼 오히려 패가망신하기 쉽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투자에 관심을 갖되, 마흔 이전에는 전업으로 투자하지 말라”는 그에게 농심 투자 철학을 들었다.


“아는 기업에 투자하라”


-왜 주식에 투자해야 하나. 

“기업만이 성장하고 돈을 버는 세상이다. 한 마디로 우리는 기업의 시대에 살고 있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쌓은 성과를 공유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자유롭게 살 수 없다. 주식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올해 주식 시장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이 바깥 활동을 못하다보니 주식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전 세계적인 현상 같다. 우리나라 증시는 외국인이나 기업인에게 많이 예속됐는데, 이번에 개인 투자자가 늘었다.”

-‘동학 개미’ 말인가.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 과거 IMF 시기에 국민들은 금모으기 운동을 하며 기업에 힘을 줬다. 올해 코로나19로 국내 기업이 어려웠지만 동학 개미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이들을 응원했다. 개인이 기업에 주인의식을 갖고 투자하는 것은 굉장히 가치 있는 행위다. 기업은 우리 삶의 터전이자 근간이다. 한국의 자산 구조는 70% 이상이 부동산에 속하고, 금융시장의 비중은 적다. 동학개미들의 투자를 시작으로 이 구조도 점차 변할 것이라 본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 투자로 인한 손실을 두려워한다. 

“주식 투자로 성공하려면 ‘아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단순히 주가의 흐름에 따라 유가증권을 사고팔며 일희일비하면 정신적으로 쇠약해질 수밖에 없다. 주가 밑에 숨어있는 기업의 진면목을 보고 투자해야 불안하지 않다. 기업의 가치를 알면 외부적 요인에 의해 주가가 빠져도 그때를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로 이용한다.”

-상장 기업이 많아 하나하나 알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많은 기업을 알 필요는 없다. 3~4개 정도의 기업만 제대로 알아도 평생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다. 최근 다양한 종목들이 관심을 받다보니 사람들이 더 늦기 전에 주식을 사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시기심과 조급함 등 다양한 감정이 사람들을 덮치는데 이를 이겨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의지”


-여러 기업 중 발전 가능성이 높은 소수의 기업을 가려내는 기준은 무엇인가. 

“좋은 회사라고 해서 꼭 해당 회사의 주식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어떤 사업을 하느냐, 누가 경영하느냐, 기업의 재무구조는 어떠한지 등을 보고 주식을 살지 말지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의지’다.”

-경영자의 의지를 어떻게 아나. 

“물론 잘 보이지 않겠지만, 그래도 잘 찾아야 한다. 경영자가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회사라면 투자해도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 없다. 기업이 배당을 중시하는지 여부를 따져보는 것도 좋다. 다들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향으로 투자하는데, 이러한 방식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일반 투자자의 경우 배당을 통해 성과를 얻는 방향을 추구하면 손실 적은 투자를 할 수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는 이러한 방식이 더 맞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경영자의 덕목으로 항상 세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열린 자세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말이 있다. 경청은 상대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의미다. 바람직한 기업가는 직원과 고객들, 그리고 투자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 불평불만이 없어야만 함께 성장한다는 의욕이 붙어나간다. 이를 통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마지막 덕목은 책임감이다. 특히 주주에게 3% 이상의 배당을 줄 수 있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마흔 전에는 전업투자 하지마라”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지호영 기자]



-동학개미 등의 활약으로 주식 시작 연령대가 앞당겨졌다. 

“동학개미들이 향후에도 주식 투자 활동을 이어갔으면 한다. 하지만 투자 메커니즘이나 자본시장의 환경 등을 이해하지 않고 주식의 세계에 들어오면 안 된다. 충분히 공부하고 들어와도 늦지 않으니 조급하게 마음먹지 않길 바란다.”

-충분한 시간이라 하면 어느 때일까. 

“나도 마흔이 넘어서 주식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일반 시민들에게 전업투자를 권하지 않는다. 마흔, 즉 불혹(不惑)의 나이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마흔까지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주식 투자는 부업으로 하길 바란다. 최근 취업시장이 움츠러들다보니 주식에 올인하는 사람이 늘어나는데, 걱정이 된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성공 사례를 공유하며 주식에서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고 말한다. 

“충분히 공부하지 않고 투자한 사람의 경우 증시가 하락하면서 돈을 번 것을 자기가 잘나서 번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등으로 주가가 순식간에 50% 빠졌다가 급등하는 이 시기에는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주식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기업의 정상적인 성장 과정을 거쳐 들어온 것인지 깨닫는 것을 중요하다. 이를 깨닫지 못할 경우 한 두 번 투자로 성공할 수는 있으나 나중에 패가망신하기 쉽다.”

-정상적인 수익과 비정상적인 수익을 나누는 기준이 궁금하다. 

“기업은 하루아침에 돈을 벌지 않는다. 적어도 3년에서 4년을 투자해서 수익을 내기 때문에 투자자 역시 그 이상의 기간 동안 투자를 해줘야 한다. 주식의 매력 중 하나가 약간의 증권거래세만 내면 기업 경영가들과 동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를 할 때도 시세차익을 얻는다 생각하지 말고, 동업자를 찾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 마음가짐이면 주식을 쉽게 사고팔 수 없다.”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단기 매매는 전문가의 영역이다. 20년 이상 시장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단기 매매를 통해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2~3년 공부해서 시장을 이긴다? 어림도 없는 소리다. 특정 기업의 다음날 주가보다 일주일 후 주가를 예측하기 쉽다. 마찬가지로 세 달 후, 그리고 1년 후 주가는 예측하기 더 쉽다. 기간을 길게 보면서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박 대표는 “주식 투자 이것만은 알고 하자”면서 세 가지 원칙을 꼽았다. 첫째, 절대 빚내서 주식투자하지 마라. 둘째, 움직이는 것은 주가가 아니라 사람마음이다. 셋째, 주식투자는 노력한 만큼 얻는 사업이다. 

현재 박 대표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 투자로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박 대표는 이를 “각자의 논에다 물을 대는 것이 아니라 저수지를 만들고 수로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박 대표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상법 제382조 3(이사의 충실의무) 개정과 상장사의 상속증여 시 시가평가 제도 개선 등을 꼽았다. 상법상 이사의 신의성실 대상에 주주를 추가해야 하고, 상속증여 때 순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해 상속을 위한 고의적인 주가 하락 행위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들 외에도 농심철학을 공유하는 투자자의 증가 역시 그가 꿈꾸는 미래 중 하나다. 박 대표는 오는 11월 21일 열리는 ‘주간동아 온라인 투자특강’에 강사로 참석한다. 그가 특강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주간동아 투자특강에서 어떤 내용을 전달할 계획인가. 

“다들 돈 벌기 위해 주식을 하지 않나. 하지만 투자의 본질을 이해하고 주식시장에 들어와야 지속적으로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 버스를 보내면 택시가 오고, 택시를 보내면 기차가 오고, 기차를 보내면 비행기가 온다.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이 충분히 공부해 시장을 이해하고 자신감이 찬 상태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그동안의 경험을 나누려 한다.”

주간동아와 주식농부가 함께하는 투자특강이 11월 21일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10월 중순 주간동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59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