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알바비-부모 용돈에 증권사 대출까지 받아 투자 20대 신규 증권계좌 50대와 비슷… 증권사 모의투자대회 북적북적 관련 학회엔 지원자 2배 급증… 전문가 “집값 폭등 등 불안감 탓”
주식 투자 열풍이 대학 캠퍼스에까지 번지면서 각국 증시를 연구하거나 직접 실전 투자에 나서는 ‘캠퍼스 개미’가 늘고 있다. 일찍부터 주식시장에 눈을 뜨는 건 좋지만 일각에선 고위험 투자에까지 나서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 내 주식 열풍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는 모의투자 대회다. 키움증권이 5월 대학생을 대상으로 연 대회에는 약 9700명이 참가했다. 지난해 참가 인원(약 6000명)보다 3700명 늘었다. 한국투자증권이 개최한 대학생 투자대회에도 지난해의 두 배인 1만1300명이 지원했다. 대학생 문모 씨(25)는 “학내 스터디에서 배운 실력을 시험하고 싶어 투자대회에 참여했다”고 했다.
이른바 ‘빚투’(빚을 내 투자)로 불리는 ‘레버리지 투자’에 손을 대는 대학생들도 눈에 뜨인다. 부모에게서 받은 1800만 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대학생 김모 씨(25)는 종잣돈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6000만 원을 대출받아 투자한 적도 있다. 그는 “현재 수익률은 17% 정도”라며 “금융업에 종사할 계획이어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주식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새로 개설된 증권 계좌 중 20대 비중은 19%다. 금융자산이 많이 축적된 50대(21%)와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전체 계좌 수 중 20대 비중이 8%인 것과 비교하면 올해 20대의 주식 참여 열기를 가늠할 수 있다.
캠퍼스 개미의 주식 투자 열기에는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의 특성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부모 세대에 비해 위험 회피 성향이 덜하고 주식 투자를 일종의 게임처럼 여기며 정보기술(IT)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해외 시장에 대한 거부감도 크지 않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검색 결과를 활용해 미국 주식을 매수하거나 증권사에서 신용 융자를 받아 빚투까지 감행한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취업난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주식 투자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황수성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이 폭등한 집값, 취업난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라며 “급등하는 주식시장을 보며 크게 벌어보고 싶은 심리가 커졌을 것”이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이상환 인턴기자 성균관대 글로벌경제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