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영국의 성직자 겸 경제학자인 토머스 맬서스는 1798년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맬서스의 함정’ 이론을 발표했다. 농업 생산력의 증가가 폭발적인 인구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점이 곧 다가올 것이라는 예측이 그 주요한 내용이다. 즉, 인구 증가가 식량의 문제로 인해 제한받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이론은 우리가 농작물을 키우는 대지의 기운이 인류의 인구 증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회의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맬서스의 생각은 다른 자연 자원에도 적용된다. 1980년대 중반 정설로 받아들였던 ‘화석연료는 십수 년 안에 고갈될 것’이라는 다소 공포스러운 예측 또한 이러한 맬서스의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이러한 문제를 신기술 개발을 통해 마지막 한 방울까지 시추해 내는 노력으로 극복했다. 여전히 기아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이 지구상에는 많이 있지만 절대적인 식량의 양이 부족하다기보다는 분배의 문제라고 보는 편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풍족해진 우리의 식탁은 대기 환경적 관점에서 어떻게 보아야 할까?
여러 요인 중 대기오염에 가장 큰 골칫거리는 질소 비료 사용에서 나오는 부산물들의 문제이다. 질소 비료는 흙 속의 미생물에 의해 아산화질소(N₂O)나 질소산화물 등 기체 물질을 배출한다. 아산화질소는 지구 온난화나 성층권 오존 파괴 등 환경 파괴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고, 특히 성층권 오존을 파괴하는 화학 반응 메커니즘을 발표한 공로로 파울 크뤼천 박사가 1995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이에 더해 최근 미세먼지나 오존을 만드는 질소산화물인 이산화질소(NO₂) 배출에 대한 연구가 속속들이 발표되고 있다. 2018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린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의 연구에 의하면 샌와킨밸리에서 질소 비료 사용에 따른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이 캘리포니아주 전체 배출량의 20∼50%까지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논란이 되었던 연구 결과지만 미국 내에서 인구와 등록차량 대수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에서 나온 결과였기에 큰 시사점을 제공했다.
그간 규제를 통한 배출가스 규제와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의 빠른 보급으로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지만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즉 농업에서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는 예측에 공감대가 생겼다.
또한 2016년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유럽과 미국에서 비료 살포나 목장 등에서 배출되는 암모니아로 인한 초미세먼지의 생성량이 다른 어떤 산업에 의한 영향보다 크다는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암모니아의 배출량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다는 증거들이 발표되면서 이 기원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인류가 이룩한 기업형 농업은 맬서스가 걱정했던 ‘대지의 기운’의 한계를 극복해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대기오염으로 노약자, 특히 어린이들의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의 증가를 가져오고 있다. 더 넓게는 지구 온난화 등 지구적 환경 문제 또한 유발하고 있다. 당장의 해결책처럼 보이는 방법들이 장기적으로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