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적 가출-범죄 연루와 달라… 상처 등 쌓이며 자발적 단절 선택
나락으로 내몰려… 스스로를 삭제한 사람들
우발적 가출-범죄 연루와 달라… 상처 등 쌓이며 자발적 단절 선택여기, 정말 수증기처럼 ‘증발’해버리는 이들이 있다. 홧김에 집을 나가는 가출이 아니다. 범죄나 사고에 연루돼 숨거나 숨겨진 것도 아니다. 증발은 자발적인 의지로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 이웃, 동료 등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를 모두 단절하는 것이다. 자신이 존재하던 세상에서 자신을 완전히 삭제하는 일이다.
오늘도 우리 주변 어딘가에선 ‘증발’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해서, 이혼으로 인한 상실감을 채우지 못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받아온 상처가 쌓이고 쌓여서 사라져버리는 이들이 있다. 남겨진 이들의 마음에 생긴 멍은 시간이 갈수록 크고 진해진다. 이들 주위에는 증발하려는 자를 돕는 이가 있는가 하면 증발한 자의 뒤를 쫓는 이들도 있다.
누군가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95%에 달하는 2020년 대한민국에서 완벽히 증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이에 동아일보가 3개월간 추적한 증발자와 그 가족들은 묻는다.
“당신, 정말 벼랑 끝까지 밀려나 본 적이 있나요?”
▶ 증발 <1> 세상을 등지고 증발을 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