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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기업’ 변신 나선 SKT, ‘월정액 구독’ 사업 드라이브

입력 | 2020-10-06 03:00:00

‘웨이브’ 이용자 388만명 최고치
AI 음악추천 ‘플로’도 성장세
클라우드 게임-보이는 컬러링 등 올해 신규 서비스 ‘구독형’ 설계
네이버 등 IT업계 전반으로 확산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구독형 사업’에 달렸다.”


국내 무선통신 가입자 1위(약 2900만 명) SK텔레콤이 ‘구독형’ 서비스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무선통신 매출 정체가 지속되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구독경제를 통한 안정적 수입원 찾기에 나선 것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무선사업(MNO) 대표는 “통신 인프라 중심 기업에서 서비스 혁신을 통한 ‘마케팅 컴퍼니’로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대전환의 중심에는 월정액 서비스 구축이 있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음원 플랫폼 플로(FLO) △클라우드 게임 △통화가 연결될 때까지 영상을 보여주는 보이는 컬러링(V컬러링) 등 4대 구독형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OTT 플랫폼 ‘웨이브’는 8월 순이용자 388만 명으로 최고치를 경신하며 국내 2위 OTT 사업자의 지위를 다지고 있다. 웨이브는 2023년 매출액 5000억 원을 달성하고 2024년까지 증시에 상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8년 12월 출시한 플로는 인공지능(AI)의 맞춤형 음악 추천 기능을 무기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SK텔레콤은 월 9900원을 내면 웨이브, 플로를 무료로 이용하고 11번가 쇼핑몰을 이용하면 포인트를 추가 적립해주는 구독형 상품도 출시했다.

SK텔레콤은 올해 역점을 두고 시작한 신사업에도 ‘월정액 구독형’ 서비스를 도입했다.

클라우드 게임 ‘엑스박스 게임패스 얼티밋’은 월 1만6700원에 마이크로소프트(MS) 엑스박스의 100종의 게임을 모바일, PC, 콘솔에서 자유롭게 이용하게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수많은 히트 게임을 거느린 MS도 게임을 각각 팔기보다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월정액 서비스를 선호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선보인 ‘V컬러링’도 구독형(월 3300원) 모델로 설계됐다. V컬러링은 해외 진출까지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내년 모든 신규 서비스 출시 때도 구독형 월정액 모델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구독형 모델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도 있다. 플랫폼 분석 업체 주오라(Zuora)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구독경제 관련 매출은 9.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독형 사업을 하는 기업 5개 중 4개는 코로나19 속에서도 성장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상장기업의 전체 매출이 1.9%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ICT 업계 관계자는 “세계 유수 기업들도 구독형 서비스 확대를 위해 무료 서비스를 20% 이상 늘리는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구독경제는 국내 ICT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매달 구독료를 내면 쇼핑, 음악, 웹툰 등 주요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유료 상품을 내세우고 있다. 카카오도 ‘구독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각종 서비스를 결합한 유료 구독 서비스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월정액 구독형 서비스를 내세워 국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데 이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크다. 구독경제 바람은 내년에 더 강하게 불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