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과 해경이 북한군에 살해된 우리 국민의 시신을 찾기 위한 야간수색 때 조명탄을 한 발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야간수색에는 항공기나 인근 섬에서 조명탄 수십∼수백 발을 쏘아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번 수색에는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조명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군경은 북한과의 충돌을 우려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8km 이상 떨어진 해역에서만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21일 우리 국민이 실종된 이래 2주 넘게 계속되고 있는 수색작업은 당초 군 당국의 발표대로라면 이렇게 길어질 일이 아니었다. 북한군이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군의 발표와 달리 북한이 부유물만 소각했다고 주장하면서 수색작업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북한 주장에 따라 시신이 어딘가에 떠다니고 있다는 전제 아래 군 스스로 시신 훼손 발표를 부정하는 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야간수색은 사실상 포기하고 그 영역도 NLL 인근은 배제한다니 진정 수색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케 한다.
북한군 상부의 총살 지시 여부도 여전히 가려지지 않고 있다. 야당은 우리 군이 당시 입수했다는 첩보를 공개하며 군의 부실·늑장 대응을 연일 질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우리 국민의 ‘월북 판단’에는 신속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국방부도 어제 야당이 제기한 ‘7.62(mm 총으로 사살)하라’는 첩보의 사실 여부는 언급하지 않은 채 “첩보사항이 임의대로 가공되거나 무분별하게 공개되고 있다”며 유감과 우려를 표시했다.
지금 남북 간 물밑에선 어떤 논의가 오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신속하게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수색작업조차 북한을 자극할까 우려하는 형편에서 공동조사라도 제대로 관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다 국민 피살 사건은 남북 관계에 추가된 또 하나 영구미제 사건이 되고 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