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탐방]개교 123주년 ‘AI 비전 선포’ 황준성 숭실대 총장 인터뷰
황준성 숭실대 총장이 개교 123주년(10일)을 맞아 7일 열리는 ‘AI(인공지능) 비전 선포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황 총장은 AI융합학부를 신설하고 모든 학과에 AI 융합 과목을 개설하는 등 향후 5년간 AI 교육에 35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앞서 황준성 숭실대 총장(66)은 국내에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오기 전인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숭실의 모든 학문은 AI로 통한다”고 강조했다. 정보기술(IT) 분야의 교육을 선도해 온 자신감이 반영된 표현이었다. 숭실대는 1970년 전자계산학과, 1991년 인공지능학과, 1996년 정보과학대학을 신설했다. 모두 국내 대학 중 최초였다. 지난달 22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캠퍼스에서 만난 황 총장으로부터 AI 비전에 대해 물었다.
―AI 비전 선포식 개최의 배경이 궁금하다.
―내년에 AI융합학부를 신설하는데….
“숭실대의 AI 비전은 ‘AI 특성화’와 ‘AI 융합’ 등 두 가지 트랙으로 실현한다. AI융합학부는 AI에 특화된 엔지니어를 키우는 사관학교다. 올해 2021학년도 신입생 80명을 선발한다. 학생들은 AI융합 시스템과 서비스 개발자가 되는 데 필요한 기본역량을 배우고, AI와 융합 가능한 5가지 전공 트랙을 심화한다. 5가지 전공 트랙은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시스템 하드웨어, 시스템 소프트웨어다. 교과과정은 AI 분야를 다루는 여러 산업체에 자문해 만들었지만 계속해서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AI 융합은 어떻게 구체화할 건가.
“내년까지 모든 학과에 AI 융합 과목을 개설한다. 숭실대에는 48개 전공 과목이 있는데 현재의 커리큘럼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어떤 전공을 하든 AI를 적용해 경쟁력을 키워나가게 할 방침이다. AI에 기반을 둔 국문학이나 철학처럼 인문학 분야에서도 어떻게 AI를 전공에 활용할 수 있는지 학생들이 알 수 있게 하려 한다. 또 내년부터 모든 신입생은 필수 교양과목으로 AI 관련 과목 2개를 이수해야 한다. 앞으로 5년간 AI 융합 분야 육성을 위해 교수 영입과 시설투자에 350억 원을 쓸 계획이다.”
―내년에 중국에 AI 전문대학원도 설치하는데….
“내년 2학기에 중국 톈진사범대에 ‘숭실 인공지능 아카데미(SAIS)’를 개원한다. 당초 올해 문을 열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늦어졌다. 하지만 국내 대학 최초로 AI 교육을 수출하는 것이다. 톈진사범대에서 학생을 모집하고 선발은 숭실대와 공동으로 한다. 학생들은 세 학기는 톈진사범대에서, 두 학기는 숭실대에서 교육을 받는다. 교육부에서 최근 원격수업 개설 학점 제한을 풀어 온라인으로도 이수할 수 있다. 인턴십 프로그램에는 (중국의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도 참여한다.”
―취임 후 창업도 굉장히 강조해 왔다.
―학생 창업이 쉽지만은 않다.
“21세기는 A형 인재가 아니라 X형 인재가 필요하다 A학점만 받는 학생이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 미지수 X에 도전하는 인재가 필요하다. 비판적인 사고와 창의성, 협력, 소통능력을 갖고 있느냐가 핵심이다. 창업으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도전과 모험을 통해 경험하고, 그 경험이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X형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대학이 숭실대다. 숭실대를 선택하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는데 원격수업은 어떻게 운영하나.
“숭실대는 2017년부터 교육혁신을 위해 ‘블렌디드 러닝’을 추구했다. 원격수업으로 학생들이 수업 내용의 50%를 미리 공부해 오면 나머지는 교실에서 토론 등으로 배우는 것이다.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서버를 NHN 클라우드로 대체했다. 서버가 다운되는 것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교수들에게 서신을 보냈다. ‘지금 하는 강의가 코로나19 때문에 하는 차선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블렌디드 러닝수업이라고 생각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의 1학기 강의평가 중에는 ‘등록금이 아깝지 않았다’는 답변도 있었다.”
―AI 관련 교육 과정을 다른 대학과 공유할 계획도 있나.
“앞으로 대학은 각자 잘하는 강의를 공유해야 한다. 교육부도 이를 권장하기 위해 대학 간 협업과 공유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 대학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숭실대의 강의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공유할 생각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