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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빠진 구글 상생프로그램[현장에서/이건혁]

입력 | 2020-10-06 03:00:00


푸르니마 코치카르 구글 글로벌비즈니스 개발 총괄이 구글의 자사 결제 시스템 강제화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구글코리아 간담회 영상 캡처

이건혁 산업1부 기자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9일 구글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10월부터 구글 애플리케이션(앱) 장터 플레이스토어에서 유통하는 모든 앱에 구글의 결제 방식(인앱 결제)을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게임 앱에 한정됐던 ‘수수료 30%’ 정책을 모든 콘텐츠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 가격이 오르고, 중소 개발사 부담이 늘어난다는 비판을 의식해 이날 구글은 당근도 함께 내놓았다. 한국의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 발전을 위해 1년간 1억 달러(약 117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한 것이다. 한국만을 위해 마련한 ‘크리에이트(K-reate)’ 프로그램을 통해 웹툰, 웹소설 등을 서비스하는 기업에 마케팅 비용을 지원하고 이용자 요금을 인하하겠다고 했다.

구글이 개발자와 소비자를 위해 상생 프로그램을 내놓은 건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여전히 지원 방법과 절차 등 세부적인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세부적인 내용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라고만 했다. 언제부터 1년간 지원하는지, 지원 대상 기업과 조건은 무엇인지, 1억 달러라는 재원을 모두 소진할지도 모두 미정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보니 상생 프로그램을 내놓고도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액에 대해서도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플레이스토어에서 발생한 한국 매출은 5조9996억 원이다. 구글이 일회성으로 지원하겠다는 금액은 한 해 한국 매출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정보기술(IT) 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IT 공룡이 푼돈으로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앱 개발사와 소비자들은 구글의 불투명한 정보 제공과 정책 결정 과정에 답답해하고 있다. 국회는 7일 열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를 불러 인앱 결제 강제화와 수수료 30% 책정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했다. 하지만 구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했다.

구글은 인앱 결제 강제화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한국에서 유통하는 앱의 99%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인앱 결제가 개발사들의 글로벌 진출 창구가 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푸르니마 코치카르 구글플레이 글로벌비즈니스 개발 총괄은 “네이버, 카카오 등이 해외에서 성공한 건 구글 결제 시스템 덕분”이라고 했다.

실제 그런 측면도 있다. 하지만 업계는 지나친 수수료가 국내 앱 생태계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를 더 크게 한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우리는 애플과 다르다”며 앱 개발사를 끌어 모았던 구글이라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다. 누가 봐도 성급해 보이는 상생 프로그램을 내놓기에 앞서 이해와 설득이 우선됐어야 하는 것 아닌지 아쉽기만 하다.

이건혁 산업1부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