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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색 기본도 안지켜” 北 눈치보기 논란

입력 | 2020-10-06 03:00:00

피살 공무원 수색때 조명탄 안 써
야간 해상수색에 조명탄 필수
軍안팎 “北 의식해 소극적” 지적
北 NLL 해안포문 개방 논란도




군과 해경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47)의 시신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조명탄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지나친 북한 눈치 보기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의 반발을 우려해 수색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게다가 야간수색 때 조명탄을 써왔던 군은 “해경의 요청이 없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답변까지 내놓았다.

군은 지난달 21일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이 씨가 실종되자 그날 오후부터 해경, 해군 함정, 항공기 등 20여 대를 투입해 일대 해역을 집중 수색했다고 밝혔다. 24일 이 씨의 사망 사실이 확인된 이후부터는 시신 수색 전력을 점차 늘려왔다. 하지만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야간 수색이 매일 이뤄졌음에도 정작 수색의 눈이 되어야 할 조명탄 없이 함정의 조명에만 의지해 육안으로 실종자를 찾았던 셈이다.

특히 군과 해경 모두 자체 조명탄을 보유하고 있어 서로 논의만 거쳤으면 얼마든지 투하가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이번 수색 과정에서 조명탄 사용은 없었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해상 수색 특성상 조명탄(K-610) 사용은 필수적이다. 통상 군은 해상에서 실종자가 생길 때마다 C-130 등 수송기를 통해 조명탄을 뿌려왔다. 상공 투하가 어려울 경우 NLL 인근 연평도에서 포 사격을 통해 조명탄을 쏘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NLL과 떨어진 해역에선 지금까지 주요 사건 때마다 적극적인 수색작업이 이뤄져왔다. 함정에서 부사관이 실종되거나(올해 3월) 어선 대성호가 화재로 침몰했을 때(지난해 11월)도 동해와 제주 해역에서 수백 발의 조명탄이 뿌려졌다.

그럼에도 합동참모본부는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구조 주관기관인 해경에서 조명탄 지원 관련 요청이 없었다”며 “해상 사건 사고 발생 시 탐색·구조 작전은 해경 주도로, 군은 전력을 지원한다”고 했다. 야간 수색작업에 조명탄을 투하하는 게 기본이지만 해경이 요청하지 않아 조명탄 수색을 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하지만 군이 해경에 조명탄 투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해경 관계자는 “북측의 반발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면서 “NLL과 가까운 곳은 해군이, 먼 곳은 해경이 수색해왔다. 해경이 조명탄을 쏜다고 해도 군이 이에 동의했겠느냐”고 했다. 윤 의원은 “우리 국민이 사살된 사안인 만큼 군경이 힘을 모아 수색작전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이 씨를 사살한 이후 NLL 일대 해안포 문을 대거 개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해안포 문 폐쇄를 명시한 9·19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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