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50)는 6일 ‘도서정가제’가 폐지될 경우 “최대 피해자는 독자들”이라고 말했다. 도서정가제란 서점들이 출판사가 정한 책의 가격보다 싸게 팔 수 없도록 정부가 강제하는 제도다.
한강 작가는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출판인회의 지하 강당에서 열린 ‘한강, 박준 작가와 함께 하는 도서정가제 이야기’ 행사에서 “(도서정가제가 개악될 경우) 저에게 가장 큰 염려는 독자로서 찾아왔다”면서 “저의 첫 번째 정체성은 작가가 아닌 독자”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독자로서 도서정가제가 없는 세계를 겪어봤다. 그게 무엇인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거기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 독자로서 위협적으로 느껴졌다”며 “도서정가제가 개악이 되었을 경우에 이익을 보거나, 무언가를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소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걸 잃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강 작가는 “(도서정가제가 개악되면) 아주 짧게 보면 좋을 수 있다. 재고를 쌓아놓았던 큰 플랫폼에서는 많은 재고를 처리할 수 있고, 또 우리가 장바구니에 넣어놨던 책들을 싼값에 구매해서 어쩌면 몇 십만 원의 이익을 볼 수 있다”며 “그렇지만 그런 잔치는 금방 지나간다. 우리가 잃는지도 모르고 잃게 되는 작은 출판사들(이 생긴다.) 또 2만종이 넘게 늘어났던 가능성들, 태어날 수 있었던 책들의 죽음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겪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한강 작가는 “그것의 최대 피해자는 독자들, 그리고 독자가 될 수 있는 아직 어린 세대들”이라며 “너무나 큰 파장을 미치는 결정이라고 생각이 된다. 어떻게 보면 작가로서보다 독자로서 더 염려가 되었다”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