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통 중 상온에 노출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검사한 결과 품질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문제가 된 백신의 유통을 맡았던 신성약품이 공급한 8개 회사 제품 1만2736도스(dose·1회분 투입량)를 수거해 품질과 안정성 등을 검사했다. 품질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백신 보관 적정 온도(2~8도)를 길게는 13시간 넘게 벗어난 상태로 운송된 물량이 2000도스를 넘는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된 백신 유통 관리에 상당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정부는 약 48만 도스를 수거하기로 했는데 해당 물량을 접종받은 사람도 500명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단 무료 예방접종은 12일 재개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불안해하는 시민이 많다.
질병관리청(질병청)과 식품의약품관리처(식약처)는 6일 독감 백신 유통과정 조사 및 품질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상온 노출이 의심됐던 백신을 조사한 결과 일부 물량이 적정 온도를 벗어난 상태로 운송됐지만 품질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대상 8개 제품 모두 25도 온도에서 24시간 노출돼도 품질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온도를 37로 높인 조건에서는 5개 제품이 72시간 이상, 1개 제품은 48시간 이상 품질이 유지됐다. 나머지 2개 제품은 12시간 내에 품질 변화가 발생했다. 질병청은 “이번에 유통 중 문제가 된 백신 중에는 37도 환경에 노출된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유통 과정상의 문제는 추가로 확인됐다. 관리 규정과 달리 0도 미만의 온도에 노출된 백신 물량은 27만770도스나 됐다. 독감 백신은 동결되면 효력이 떨어질 수 있다. 상하차 작업 중 야외바닥에 적재된 경우, 배송 중 적정 보관 온도를 800분(13시간 20분)이나 벗어난 경우도 확인됐다. 유통 중 보관온도가 확인되지 안흔 물량도 3만 도스를 넘는다. 정부는 이처럼 운송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물량은 수거하기로 했다. 품질 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백신의 효력이 떨어지는 ‘물백신’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수거 대상 물량이 배송된 곳은 서울과 대구, 인천, 광주, 경기, 강원, 충남,전남, 경북, 경남, 제주 등 모두 11개 지역이다. 수거 대상 물량은 모두 48만360도스다. 이 가운데 이미 접종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된 것만 7개 지역에서 554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예방접종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이들에 대한 재접종이나 환불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문제없는 백신에 대해 접종을 재개한다고 밝혔지만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아이 첫 접종을 앞두고 있는 신모 씨(37·여)는 “일부 백신이 정말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니 영·유야용이나 유료접종물량 등 다른 백신들은 괜찮은 것인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신성약품이 배송한 539만 도스 중 식약처가 검사를 시행한 샘플은 1만4000여 개에 불과해 100% 안심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백신 관리를 질병청, 식약처 등 여러 기관이 맡다 보니 사각지대는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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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