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KBS에서 방송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29%의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나훈아는 2시간 40분가량 진행된 공연에서 고향, 사랑, 인생 등을 주제로 29곡의 히트곡과 신곡을 불렀습니다. 클래식, 포크, 헤비메탈, 국악, 사물놀이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면서 트로트의 경계를 넘어 예술적 경지를 드높였습니다.
방송에는 15년 만의 출연이라고 합니다. 8개월 동안 준비하여 출연료 한 푼 받지 않고 공연한 나훈아는 공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코로나19로 힘든 국민들을 응원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그가 공연 중에 던진 몇 가지 말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정치권도 덩달아 술렁였습니다.
“날마다 똑같은 일을 하면 세월에 끌려가는 거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안 가본 데도 한번 가보고 안 하던 일을 하셔야 세월이 늦게 갑니다. 여러분! 지금부터 저는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갈 겁니다.” 도전과 야망을 잃고 안정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일침이 될 만한 메시지입니다.
나훈아는 노래 중간에 “KBS가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되면 좋겠다”, “국민 때문에 목숨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바로 오늘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다”는 등의 말을 던졌습니다. 그는 “국민의 힘이 있으면 위정자(잘못된 정치를 하는 사람의 뜻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임)들이 생길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야당 정치인들은 이 발언을 가져와서 정부 여당을 공격했습니다. 여당은 정쟁을 위해 나훈아 발언을 곡해하지 말라며 맞섰습니다. 나훈아는 공연을 통해 국민을 위로하고 통합시켰지만, 정치권은 국민을 피곤하게 하고 갈라놓고 있습니다. 나훈아의 쇼는 감동으로 끝났지만, 정치권의 쇼는 꺼림칙합니다.
나훈아는 이번 공연에서 스스로 작사 작곡한 신곡 ‘테스형!’을 불렀습니다. 테스는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말합니다.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세상살이, 사랑, 세월에 대해 푸념하며 현자(賢者)에게 질문을 던지는 노래입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