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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도 확신 못했던 블랙홀… 존재 밝혀낸 3명 노벨물리학상

입력 | 2020-10-07 03:00:00

英펜로즈-獨겐첼-美게즈 공동수상




우주에서 가장 극적인 현상 중 하나인 블랙홀이 이론이 아니라 실제 우주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론과 관측으로 밝힌 천체물리학 연구자들이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왼쪽부터 블랙홀이 우주에 존재할 수 있음을 이론으로 밝힌 로저 펜로즈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 우리은하 중심부에 거대한 블랙홀이 존재함을 관측을 통해 입증한 라인하르트 겐첼 독일 막스플랑크 외계물리연구소장과 앤드리아 게즈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 노벨위원회 제공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은 우주에서 가장 극적이고 낭만적인 현상으로 꼽히는 블랙홀 연구자 3명에게 돌아갔다. 블랙홀이 우주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음을 이론으로 예측한 물리학자와 우리은하 중심부에 위치한 거대한 블랙홀의 존재를 실제 관측을 통해 입증한 천체물리학자 2명이 주인공들이다. 영화 ‘인터스텔라’로 더 친숙해진 블랙홀은 아인슈타인조차도 확신 못한 ‘개념’에 불과했으나 이들은 블랙홀이 실존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로저 펜로즈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와 라인하르트 겐첼 독일 막스플랑크 외계물리연구소장, 앤드리아 게즈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를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6일 오전(현지 시간) 밝혔다.

○ 아인슈타인도 확신 못한 블랙홀의 존재 밝혀

블랙홀은 우주에서 가장 극적인 현상 중 하나로 꼽힌다. 블랙홀은 물질이 극단적으로 수축해 쪼그라든 나머지 자신의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극한의 중력을 갖는 천체다. 하지만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이 같은 블랙홀이 실제로 우주에 존재한다는 증거나 이론은 없었다.

강궁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수학적으로 풀어낸 물리학자들은 우주에 극단적으로 중력이 강한 상태인 ‘특이점’이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면서 “하지만 아인슈타인조차 이 같은 특이점은 매우 특수한 조건에서만 존재할 뿐 실제 우주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펜로즈 교수는 물질이 자신의 중력으로 수축해 쪼그라들면 특수한 조건이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 특이점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우주 속 블랙홀의 존재를 밝혔다”고 말했다.

펜로즈 교수는 스티븐 호킹(2018년 사망)이 발표한 ‘펜로즈-호킹 특이점 정리’에 영감을 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호킹은 펜로즈의 이론에 관심을 갖고 똑같은 특이점 이론을 시간에 적용해 우주 탄생 순간의 신비를 풀었다. 강 책임연구원은 “호킹은 시간을 거꾸로 돌려 물질을 수축시켜도 특이점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우주가 대폭발(빅뱅)을 통해 탄생한다는 이론에 힘을 실었다”고 말했다.

○ 별들의 궤도 운동 관측해 거대 블랙홀 증명

겐첼 소장과 게즈 교수는 우리은하 중심부에 위치한 거대한 블랙홀의 존재를 관측으로 증명했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두 사람은 우리은하 중심부를 기준으로 빠르게 도는 별들을 수십 년 동안 관측해 궤도 운동을 분석한 결과 우리은하 중심부에 태양의 400만 배 질량의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형목 한국천문연구원장은 “이들의 발견은 지난해 4월 인류 최초로 ‘블랙홀의 그림자’를 관측한 연구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에는 한국인 과학자 8명을 포함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연구자 200여 명으로 구성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이 참여했다.

노벨위원회는 이 세 수상자의 연구가 블랙홀처럼 밀도와 질량이 매우 큰 천체를 연구하는 데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 여성 수상자 적은 물리학상 4번째로 수상

게즈 교수는 역대 4번째 여성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1901년부터 시상하기 시작한 노벨 물리학상은 의학, 화학, 물리학이라는 3종의 과학 분야 노벨상 중에서 여성 수상자가 적은 편이다. 지난해까지 총 213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여성은 3명으로 전체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마리 퀴리가 1903년 처음 수상했고 1963년에 마리아 거트루드 메이어가 받았다. 나머지 한 명은 2018년 수상한 캐나다 워털루대의 도나 스트리클런드 교수다. 반면 의학상은 12명, 화학상은 5명의 여성이 수상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3명은 1000만 크로나(약 11억 원)의 상금을 나눠 갖는다. 단독 연구한 펜로즈 교수가 절반인 500만 크로나를, 나머지 두 수상자가 500만 크로나를 반씩 나눠 갖는다.

2011년 이후 10년 사이에 우주와 관련된 물리학 연구자들이 무려 여섯 번의 노벨상을 받아 최근 우주물리 분야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 역시 우주 진화의 비밀을 밝히고 외계행성을 발견해 우주 내 지구의 위상을 이해하는 데 공헌한 미국 프린스턴대의 제임스 피블스 교수와 스위스 제네바대의 미셸 마요르, 디디에 쿠엘로 교수가 공동 수상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