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림 작가 최근 만화 ‘좀비 마더’
고단한 엄마를 보는 시선 극대화
박소림 작가가 최근 발표한 만화 ‘좀비 마더’(보리·사진)는 육아라는 난제를 두고 분투하는 어머니들에 대한 우리 사회 일부의 시선을 극대화한 이야기다.
“창백하고 거친 피부, 뻣뻣하게 굳어버린 몸이, 내가 죽었음을 말해 줬다.”
밤늦도록 잠들지 못하는 아이를 등에 업고 꾸벅꾸벅 졸면서 주방에서 분유를 타던 주인공은 문득 거울을 보고 자신이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존재’가 됐음을 깨닫는다. 남편으로부터 모욕적인 언사를 들어도 기운이 없어 화가 나지 않으니 심장이 멈춘 것과 다름없다 느낀다.
비슷한 상황을 겪는 다른 좀비 어머니를 만나 연대하고 위로하지만 근본적인 탈출구는 없다. 주인공은 “우리도 사람이었다”고 외치지만 사람들은 그리 귀담아듣지 않는다. 좀비 같은 타인은 그저 혐오하면 그만일까. 집단적 혐오의 함정은, 좀비 바이러스처럼 대상을 가리지 않고 예고 없이 엄습한다. 쉽게 타인을 혐오하는 이가 이 사실을 잊는다는 것을, 이 만화는 우울한 유머를 통해 일깨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