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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길 北대사, 작년 7월 한국왔다

입력 | 2020-10-07 03:00:00

2년전 서방에 망명 타진 이후 잠적… 김정은 체제서 대사급 한국행 처음
황장엽 이후 최고위 인사, 파장 클듯




2018년 11월 서방에 망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잠적했던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사진)가 한국에 입국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전 대사대리의 입국은 1997년 고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 비서 이후 북한 최고위 인사의 한국행이다.

정보당국과 국회에 대한 동아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조 전 대사대리는 지난해 7월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대사대리는 2018년 잠적 후 미국 등 서방국가의 보호를 받았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그동안 구체적인 행방이 묘연했다. 이 때문에 그간 유력한 행선지로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거론되어 왔다. 함께 잠적한 조 전 대사대리의 가족도 함께 망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입국 과정에선 국가정보원이 어느 정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 4개 국어에 능한 조 전 대사대리는 부친과 장인이 모두 대사를 지낸 엘리트 외교관이자 본인도 평양외국어대를 졸업한 ‘북한판 금수저’인 것으로 외교가에선 알려져 있다. 조 전 대사대리는 이탈리아 근무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트, 와인 등 사치품을 공급하는 담당자를 실무 총괄했다는 게 정보당국의 대체적인 평가다. 또 로마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계획(WFP) 본부가 있는 만큼 북한 내 부족한 식량 조달을 위해 모종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는 관측도 있다.

2011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북한 대사급 외교관의 망명은 조 전 대사대리가 처음인 만큼 이번 사건이 공무원 피살사건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 더 나아가 비핵화 대화 재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 체제에 대한 일정 수준의 정보를 갖고 있는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은 기존 망명사건과는 전혀 다른 파장을 낳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기인 1997년에는 장승길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가 영국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하던 형(장승호)과 가족을 동반하고 미국으로 망명한 적이 있다. 이 밖에 고영환(콩고대사관 1등서기관·1991년), 현성일(잠비아대사관 3등서기관·1996년), 태영호(영국대사관 공사·2016년) 등의 북한 외교관이 한국 망명을 택한 바 있다.

윤다빈 empty@donga.com·권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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