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샛별 내일은 왕별]안동오픈 챔피언 NH농협 이은혜 중학생 첫 장호배 우승으로 두각 작년엔 ITF 김천투어 단식 정상 “외국선수에게 힘에선 안 밀려요”
‘파워 히터’ 이은혜가 7일 경기 고양시 농협대에서 라켓을 휘두르고 있다. 지난달 30일 안동오픈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이은혜는 “작은 체격(168cm)을 근성으로 뛰어넘는 지난해 윔블던 대회 우승자 시모나 할레프를 닮고 싶다”며 “10년 뒤 할레프처럼 윔블던을 제패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성인이 됐으니 연애를 하고 싶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운동을 하고, 쉴 때도 운동 생각만 한다고 했다. 유일한 취미 활동인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할 때도 머릿속엔 지난 경기 때 실수가 무엇이었고, 어떻게 고쳐야 할지를 생각한다는 이 사람. 지난달 30일 끝난 안동오픈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한국 여자테니스의 샛별 이은혜(20·NH농협)다.
7일 경기 고양시 농협대 코트에서 만난 이은혜는 ‘파워 히터’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다부진 체격의 소유자였다. 키가 171cm인 이은혜는 “조금 더 컸으면 좋았겠지만 지금도 외국 선수들과 비교해 작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국제대회에서 그들을 상대할 때도 파워가 밀리지 않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2015년 국내 최고 권위의 주니어 대회 장호배에서 대회 사상 처음 중학생 신분(안양서여중 3년)으로 정상에 올랐던 이은혜는 지난해 6월 국제테니스연맹(ITF) 김천 여자투어대회 단식에서 정상에 오르며 국제대회 우승도 경험했다.
이은혜는 정신력도 다부진 듯했다. 많은 운동선수가 관중이 많은 경우 부담감을 느끼고 긴장을 한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이런 관심 때문에 운동을 하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경기에서 제가 잘했을 때 박수와 환호성이 나오는 게 무척 즐겁다. 응원 소리를 들으면 부담보다는 오히려 더 힘이 솟는다.”
NH농협 스포츠단은 일찌감치 이은혜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중앙여고 2학년이던 2017년부터 매년 3000만 원을 후원했다. 지난해 고교 졸업 후 농협에 입단한 이은혜는 주요 대회 타이틀을 차지하며 성공적으로 성인무대에 적응하고 있다. 박용국 농협 스포츠단 단장은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에 특별한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베이스라인 플레이는 단연 국내 톱 수준이다. 네트 플레이까지 겸비한다면 해외에서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혜는 “다른 실업팀은 비용 문제 등으로 선수가 원하는 대회에 다 내보내주진 않는다. 그런데 농협은 제가 나가고 싶어 하는 대회는 모두 내보내주는 것이 특히 좋다”며 “손병환 NH농협은행장과 박용국 단장에게 특히 고마운 부분”이라고 했다.
○ 이은혜는 누구…생년월일: 2000년 5월 10일
키: 171cm
소속: NH농협 스포츠단
출신교: 중앙여고
주요 단식 성적
2015년장호배우승(대회사상첫중학생챔피언)
2017년 호주오픈 주니어 본선 출전
2019년 제1, 2차 실업연맹전 우승
2019년 ITF 김천국제여자테니스투어대회 우승
2020년 안동오픈 우승
고양=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