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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길, 수차례 한국행 의사 밝혀… 입국후 대북 분야서 활동

입력 | 2020-10-08 03:00:00

잠적부터 한국 입국전후 상황
전해철 “北가족 걱정에 비공개 원해… 한국행 알려진 뒤 상태 안 좋아”
부인은 北으로 귀환 뜻 밝힌 듯
제3국 망명 시도하다 위험해져… 한미 당국, 망명과정 정보 공유



2018년 11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잠적했다가 지난해 7월 한국행을 택한 것으로 알려진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 1997년 고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 비서 이후 북한 최고위 인사가 한국에 온 것이다. 동아일보DB


이탈리아 로마에서 잠적했다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입국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가 한국 정부에 수차례 자진해 한국행 의사를 밝혔다고 국회 정보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7일 말했다. 하지만 조 전 대사대리와 함께 한국에 온 그의 아내는 북한에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정부가 1년 넘게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 사실을 밝히지 않은 이유를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 의원은 7일 기자들과 만나 “조 전 대사대리가 수차례 한국행 의사를 자발적으로 밝혔고 우리가 그 의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이 1년 이상 공개되지 않은 데 대해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한 걱정 때문에 본인이 한국에 온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싫어했다. 현재도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한국행이 알려진 뒤 상태가 너무 안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사정을 알고 있는 북한 출신 소식통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조 전 대사대리가 자신의 입국 사실이 공개된 데 대해 매우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관련 사정을 아는 다른 소식통은 이날 동아일보에 “조 전 대사대리의 아내는 평양에 있는 딸이 걱정된다며 북한에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주변에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10대 딸은 2018년 11월 그가 잠적했을 때 북한으로 송환됐다. 조 전 대사대리의 아내는 잠적 뒤 유럽에 머물 때도 한국행을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권이 이날 조 전 대사대리의 자진 망명 의사를 부쩍 강조하고 나선 것도 북한행을 원하는 아내가 논란이 되는 걸 차단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 전 대사대리가 한국에 오는 과정에는 국가정보원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집단 탈북해 한국에 온 중국 류경식당 종업원 일부도 북한에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으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정부의 기획탈북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미국과 스위스 등에 망명을 타진했던 조 전 대사대리가 한국 당국에 망명 의사를 밝힌 데 대해 한 소식통은 “그가 한국을 좋아했다고 들었다”며 “다른 국가 망명을 시도하다 위험한 상황이 되니 한국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전 대사대리는 한국에 온 이후 정보 당국의 관리하에 대북 관련 분야에서 비공개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북 소식통은 “조 전 대사대리가 국정원 관리하에 대북 정보를 제공해 온 것으로 안다”며 “(그의 망명에 대해) 한미 간에 (정보) 공유가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트, 와인, 바이올린 등 각종 사치품을 사들여 북한으로 보내온 만큼 조 전 대사대리가 이른바 ‘1호 물품’의 구매 루트와 목록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봤다. 하지만 조 전 대사대리가 1등 서기관으로 2017년 10월 문정남 당시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가 추방된 뒤 대사를 대행한 만큼 그를 고위급이라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권오혁·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