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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실종 첫날 北표류 가능성 제쳐둔 軍… 부실 대응 도마에

입력 | 2020-10-08 03:00:00

[2020 국정감사]서욱 “첫날 월북 아니라 보고받아”




21대 국회 국정감사 첫날인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국방위원회 국감이 열리고 있다. 이날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47) 사건에 대한 군의 대처를 놓고 여야 공방이 이어졌다. 국방일보 제공

군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47)가 실종된 당일 그가 북한 해역으로 떠밀려 갔을 가능성을 전혀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군의 허술한 초기 대응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군 당국은 실종자 수색이 이뤄지는 동안 북한에 공조를 요청할 통신 수단이 있다는 걸 알고도 활용하지 않아 이 씨를 구조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책임론에 휩싸였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이 씨 실종 당일 ‘월북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서 장관은 당시 북한군에 실종자 수색 협조를 요청했어야 했다는 지적에 “최초 월요일(지난달 21일)에 보고를 받고 ‘북측으로 갈 가능성이 있느냐’고 실무진에게 물었는데 ‘월북 가능성이 낮다, 없다’ 이렇게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처음부터 월북자라고 생각한 건 아닌가’라고 묻자 서 장관은 “첫날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첩보를 통해서 북측에 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 씨는 지난달 21일 서해 소연평도 남쪽 2km 해상에서 실종됐다. 이 지점과 북방한계선(NLL)의 거리는 10여 km에 불과하다. 이 씨가 충분히 NLL 이북으로 떠밀려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단순 실종’으로 초기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결국 군은 지난달 22일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이 씨가 민간 선박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을 포착한 뒤 만 하루 동안 유지하던 ‘단순 실종자’ 판단을 ‘월북 시도자’로 변경했다. 이날 서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국방부는 “해경이 수색 작전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공유된 것으로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조류의 흐름을 고려할 때 북측으로 표류해 들어갔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정부가 이 씨가 사살되기 전까지 국제상선통신망으로 북측에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었지만 연락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제상선통신망은 선박 간 통용되는 일종의 ‘음성 단톡방’이다. 북한도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지난해 6월 두 차례나 우리 측에 북한 표류 선박에 대한 구조 요청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 의원은 “자기 국민들을 파리 목숨 취급하는 이런 나라(북한)도 그 통신망을 통해 남쪽에 연락을 하는데, 어떻게 (이 씨가) 북한에 잡혀 있다는 걸 알았는데도, 그 통신망을 북한이 듣고 있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북한 쪽에 ‘우리한테 인계하라’는 말을 안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서 장관은 “저희가 첩보를 가지고 북에다가 액션(구조 요청)을 취하기에는 조금 리스크가 있다”고 해명했다. 군 당국의 첩보 자산이 북에 노출되는 것을 우려했다는 취지였다. 서 장관은 “저희가 평상시 북한 선박이 떠내려오거나 표류자가 있으면 구조를 하듯이 이 씨도 구조될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했다. 또 “국제상선통신망은 해경도 (사용)할 수 있고, 국방부도 할 수 있고, 다 할 수 있다”며 책임을 해경에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물리적으로 수색하는 것 못지않게 (실종 사실을) 알리는 게 목숨을 구하는 적절한 수단인데 그것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강 다리에 자살하려고 올라간 사람을 자살하려고 하기 때문에 안 구하느냐”며 이 씨의 월북 의사와 관계없이 구조에 최선을 다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이 씨를 발견하기 전 군이 사전에 가능성을 판단해 북측에 공조 요청을 했으면 과연 사살까지 이뤄졌겠느냐”고 전했다.

한편 서 장관은 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다양한 전략무기가 공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다탄두, 재돌입체(재진입체) 이동식 발사차량 열병식은 가능성이 있느냐’는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의 질의에 서 장관은 “ICBM은 열병식 가능성이 좀 있다”고 답했다. 사실상 북한의 신형 ICBM 공개 가능성을 내비친 것. 서 장관은 또 ‘(신형 잠수함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6기 탑재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형태를 달리하는 등) 여러 가지로 진화되고 있다”며 북한이 지난해 7월 공개한 로미오급 개량형보다 큰 4000∼5000t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고 사실상 시인했다.

박민우 minwoo@donga.com·신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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