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7일(현지 시간) 부통령 TV토론에서 격돌했다. 끼어들기와 말 끊기, 인신공격이 거의 없이 토론의 정석대로 진행하면서도 한 치의 양보 없이 이어진 96분 간의 팽팽한 정책 대결이었다.
이날 토론은 이번 대선에서 70대 대통령이 선출되는 만큼 유사시 대통령직을 수행할 부통령의 자질을 검증하는 시험대일 뿐 아니라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 간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2, 3차 대선후보 TV토론 개최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부통령 토론의 중요도를 높였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수전 페이지 USA투데이 워싱턴지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두 사람은 첫 주제인 코로나19 대응부터 곧바로 맞붙었다. 해리스는 “역대 미국 정부 사상 최악의 실패”라며 “이 정부는 이 때문에 재선될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공격했다.
검사 출신으로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지낸 해리스는 치밀한 논리력과 공격력을 바탕으로 펜스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인디애나주 주지사, 부통령 등 다양한 경력에서 다져진 베테랑 펜스 부통령의 토론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해리스가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졌다”고 하자 펜스는 “바이든은 싸워본 적조차 없다. 그는 수십 년간 중국공산당의 치어리더였다”고 맞섰다. 해리스가 “바이든이 당선되면 취임 첫날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법안을 철회할 것”이라고 하자 펜스는 곧바로 카메라를 향해 “조는 당신들의 세금을 올리고, 2조 달러의 그린뉴딜 정책에 우리 경제를 묻어버리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두 후보는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동문서답식으로 답변을 회피했다. ‘대통령(혹은 후보) 유고시 비상대응이 있거나 관련 절차를 사전 상의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길 것”(펜스)이라거나 “나는 첫 흑인이자 아시아계 여성 부통령 후보”(해리스)라는 답변만 내놨다.
불꽃 설전에도 토론의 룰을 지켜가며 진행된 이날 토론은 지난달 말 난장판이었던 첫 대선후보 TV토론과 대비되며 호평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감염 후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후보들 앞에 투명 아크릴 칸막이(플렉시 글라스)가 설치됐고, 후보들 간 거리도 대선후보 토론 때 7피트(약 2.1m)에서 이번엔 12피트(약 3.6m)로 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