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원인철 “첩보에 ‘시신’ ‘사망’ 단어 없었다”…軍공식입장과 다소 달라

입력 | 2020-10-08 17:39:00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47)가 북한군에 피살될 당시 군이 포착한 첩보에 ‘시신’이나 ‘사망’과 관련된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이 씨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불태워졌다고 밝힌 군의 지난달 24일 공식 입장과는 다소 다른 설명이다. 원 의장의 모호한 언급이 나오자 군이 지난달 25일 북한이 보낸 통지문 내용에 따라 이 씨 사망 경위에 대한 첩보 내용을 ‘톤다운(수위조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원 의장은 8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음성(감청) 내용에 시신이나 사체라는 단어가 나왔느냐’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질의에 “그런 내용의 단어는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하 의원이 ‘뭘 태우긴 태웠는데 시신, 사체란 단어는 없었다는 의미냐’고 하자 “그렇다”고 했다. 원 의장은 ‘유해나 죽은 사람과 유사한 의미의 단어도 없었느냐’는 질문에 “정황상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그런 단어는 없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시신, 사체라는 단어는 없었지만 불태운 정황은 첩보로 포착했다”고 전했다.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이 이 씨를 사살한 뒤 시신에 기름을 뿌리고 소각했다는 기존 판단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군은 북한은 지난달 25일 청와대에 피살 사건 관련 통지문을 통해 이 씨 시신이 아닌 부유물만 불태웠다고 주장했다.

원 총장은 이날 군 첩보에 이 씨의 자진 월북을 의미하는 단어가 있었다고도 밝혔다. 북한군이 이 씨에 총격을 가한 뒤 소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불빛을 촬영한 ‘사진’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확인됐다. 원 의장은 ‘시신이 40분간 탔다고 하는데 영상이 있는 걸로 안다. 의장은 영상을 봤느냐’는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 질문에 “사진으로 조금 찍힌 거만 봤다”고 인정했다. 이어 “시신 소각 영상이 아니고 불빛을 관측한 영상인데 영상은 못 봤고 사진만 봤다”고 했다.

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를 대상으로 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는 이 씨의 ‘자진월북’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됐다. 김홍희 해경청장은 “이 씨는 21일 오전 2, 3시쯤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씨의 실종 시간대가 구체적으로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그 분이 떠내려가거나 월북했거나 거기서 피살된 일이 어떻게 정권의 책임인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우리 국민을 구출하지 못한 건 안타깝지만 솔직히 정권이 달랐다고 해서 구출할 수 있느냐”고도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