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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0억 추정 마오쩌둥 친필 7만원에 판 도둑들

입력 | 2020-10-09 03:00:00

홍콩 수집가 자택서 족자 등 훔쳐
모조품 여긴 장물아비는 반토막내
훼손 소식 들은 주인 “가슴 찢어져”




홍콩 도둑과 장물아비가 두 동강 낸 마오쩌둥의 친필 족자 ‘홍군 제4사령부 정치부 포고’. 이들은 지난달 홍콩 유명 수집가의 집에서 이 물건을 훔쳤다. 추정 가치가 3400억 원에 달하는데도 진품인지를 몰라 족자를 훼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SCMP 홈페이지 캡처

최소 3400억 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마오쩌둥(毛澤東)의 친필 족자를 불과 500홍콩달러(약 7만5000원)에 팔아넘긴 어리석은 홍콩 도둑과 이를 사들인 장물아비가 경찰에 붙잡혔다.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홍콩 경찰이 유명 수집가 푸춘샤오(符春曉) 씨의 아파트에 침입해 마오의 족자 등 각종 서예 작품, 옛날 중국 우표 등 50억 홍콩달러(약 7440억 원)의 골동품을 훔쳐간 도둑 3명 중 1명, 이를 사들인 장물아비 1명, 도둑들의 도주를 도와준 1명 등 총 3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도둑들은 지난달 10일 범행을 저질렀으며 나머지 2명의 행방은 아직 묘연한 상태다.

도난품 중 가장 비싼 물품은 마오가 직접 쓴 ‘홍군 제4사령부 정치부 포고’란 족자다. 길이가 약 2.8m에 달한다. 푸 씨는 이 족자의 가치가 23억 홍콩달러(약 3423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오 외에도 주더(朱德), 천이(陳毅) 등 중국 공산당 초기 지도자의 도장이 나란히 찍혀 값이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을 몰랐던 도둑들과 장물아비는 이 족자의 보관이 어렵다며 반으로 잘랐다. 특히 장물아비가 “족자가 진짜일 리 없다. 모조품이 확실하니 편의성을 위해 반으로 자르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전부터 마오의 물건을 수집했던 푸 씨는 도난 사건 직후부터 큰 충격을 받아 입원 치료까지 받았다. 마오의 족자가 훼손됐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그는 “가슴이 찢어진다”는 소감을 밝혔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