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동 뜬다’는 은어가 돌았는데 순번을 정해 가두시위의 주동자로 나서는 것을 뜻했다. ‘동’은 시위의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현장에서 체포됐다. 당시에는 폭력행위특별법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으면 군대에 갈 자격이 박탈됐다. 병역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1986년 1200여 명이 구속된 건국대 점거농성 사건 때는 병역면제 요건에 미달하는 집행유예 3개월이 무더기로 선고됐다. 그런데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한시적으로 3개월 집유도 병역을 면제해줬다. 뛸 듯이 기뻐하던 주변 친구들이 많았다.
▷우원식 윤미향 우상호 등 여당 의원 20명이 민주화운동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 교육 취업 의료 금융 등의 혜택을 주는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을 추진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2000년 설립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인정받은 사람 중 사망자, 행방불명자, 상이자(장해등급 판정을 받은 자)와 그 가족이다. 우 의원은 총 829명이라며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을 예로 들었지만 국회예산정책처의 법률안 비용추계서는 수혜 대상이 가족을 합해 2021년 3753명에서 2025년 3792명으로 늘어날 거라고 추산한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한 분들과 그 가족이 겪는 고통에 대해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 된다면 민주화운동의 순수한 뜻을 욕보이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민주화는 거리에서 최루탄 가스를 마시며 독재 타도를 외쳤던 수백만 시민이 함께 만든 것이다. 그들이 예우나 보상을 바라는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싸웠고 자긍심과 보람, 인간적인 성장을 얻었다면 그게 보상 아닌가. 생각 짧은, 혹은 흑심 있는 국회의원들이 민주화 인사들을 욕먹이고 있는 건 아닌지 안타깝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