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21대 비례대표, 툭하면 자질 시비 제명해도 의원 유지… 사전검증이 중요 인재 상시 영입하고 상향식 검증해야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1대 총선 직전 여당이 통과시킨 준연동제로 인해서 위성정당들이 급조되고 비례대표 후보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정상적인 정당 체계를 갖추지 못하였고 선거 후 사라질 운명의 위성정당들은 비례대표 후보자들을 검증할 의지와 능력이 없었다. 후보 결정 과정에서 본당과 위성정당 지도부 사이의 갈등이 노정되고 국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비례대표 자질 문제의 뿌리는 한국 정치사에서 비례대표제도가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도입되었다는 사실과 관련이 깊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3년 전국구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됐다. 이 제도는 제1당에 전국구 의석 총수의 50%를 배정하여 공화당이 국회를 장악하는 데 기여했다. 권위주의 시절뿐 아니라 민주화 이후 13대 총선까지도 제1당에 전국구 의석의 절반을 배정하는 비민주적 의석 배분은 지속됐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소속 정당 덕분에 금배지를 단다는 인식 속에서 정당 지도부는 계파에 따라 후보 순위를 배분하거나 심지어 정당 기여라는 명분 아래 공공연히 공천 헌금을 받고 비례대표 후보에 배정하기도 했다.
정당이 지역구 후보보다 비례대표 후보들을 더욱 엄격하게 검증해야 하는 이유는 유권자들이 비례대표 후보 인물 평가에 소홀하기 때문이다. 경선을 통과한 지역구 후보들은 본선거에서 다시금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는다. 반면 비례대표 후보자들은 소속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당선이 결정되는데 정당투표에서 대부분의 유권자는 평소 지지하는 정당에 표를 준다. 비례대표 후보들을 평가해서 정당투표를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처럼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당선자 자질에 대한 정당의 책임이 훨씬 크다. 후보 검증이 더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더욱이 나중에 비례대표 의원의 자질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돼 해당 의원을 제명해도 여전히 의원직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사전 후보 검증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비례대표 의원의 자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본다. 첫째, 인재를 상시적으로 영입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정당들은 선거를 목전에 두고 세평이 좋은 인물들을 영입하여 유권자들의 주목을 끄는 이벤트 전략을 택해 왔다. 그런데 짧은 시간 내 인재를 찾다 보니 자질 검증이 부실해지고 영입이 취소되는 해프닝도 여러 번 있었다. 선거 직전에 찾은 인물 중 상당수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지만 국회 정치를 전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적절한 인재를 충원하고 정치적 경험을 쌓도록 도와줄 수 있는 정당 운영이 필요하다.
둘째, 명확한 공천 원칙을 설정하고 상향식 검증 방법을 유지해야 한다. 비례대표 후보 선출도 지역구 후보 선출과 마찬가지로 상향식 검증 방법을 택하는 것이 민주적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채택한 국민공천 선거인단 투표 방식이나 정의당의 시민선거인단 방식은 폐쇄적인 공천심사위원회 심사와 당 최고위원회 추인 방식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다만 당원들의 검증이 형식적 추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영향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지역구 선거를 통한 대표 선출은 다수의 의사를 대변하는 다수결적 민주주의다. 다양성과 소수 존중이라는 현대적 가치에 조응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제를 잘 활용해야 한다. 학계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례대표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검증은 더 중요해진다. 상식적 도덕 기준에 미달하는 의원들이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증폭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