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낙태죄 처벌 조항을 유지한 형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전주영 정책사회부 기자
이와 관련해 정부 부처와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회·경제적 이유’ 명문화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낙태죄 폐지, 즉 낙태 허용을 둘러싼 찬반이 여전히 팽팽한 상황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친 방향으로 개정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살려 임신 14주까지 조건 없는 낙태를 허용하고 한편으로 모호한 조건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사실상 24주까지 허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헌재는 지난해 내놓은 결정문에서 사회·경제적 이유의 예시 6가지를 들었다. 여성이 임신으로 사회 활동에 어려움을 겪거나, 아이를 키울 만한 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이미 자녀를 키우고 있어 또 다른 자녀를 낳을 여력이 없는 경우, 여성이 아이의 친부와 결혼하거나 교제할 생각이 없는 경우, 결혼 생활이 파탄 난 상황에서 아이를 임신한 경우, 미혼인 미성년자가 임신한 경우 등이다.
아직 사회·경제적 이유를 확인할 상담 방식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다만 관련 정부 부처는 상담의 목적이 “사실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낙태 시술에 대한 지원, 절차 안내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이번 개정안이 시행됐을 때 혼란을 막으려면 상담 시스템 안착과 섬세한 가이드라인 수립이 중요하다. 상담 기관을 찾은 여성은 대부분 원치 않은 임신으로 어려운 결정을 고민하는 경우다. 이들이 본인을 위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상담 기관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들의 개인정보나 사생활 보호는 기본이다. 사회적 갈등을 줄이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이라는 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 지금부터 정부는 꼼꼼한 현장 시스템 구축을 고민해야 한다.
전주영 정책사회부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