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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첩보에 ‘시신’ 단어는 없었다”

입력 | 2020-10-09 03:00:00

원인철 합참의장 국감서 답변
“자진 월북 의미 표현은 있어 소각 추정 불꽃 찍은 사진 봤다”
해경청장 “새벽 2~3시쯤 실종 추정”…“휴대폰 인위적으로 꺼” 말한뒤 번복
우상호 “떠내려갔든 월북했든 피살된게 어떻게 정권책임인가”




피살공무원 아들 편지 靑에 전달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공무원 이모 씨의 형 이래진 씨가 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에게 전달한 이 씨 아들의 편지 원본. 청와대는 6일 문재인 대통령이 편지를 받으면 직접 답장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1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47)가 북한군에 피살될 당시 군이 포착한 첩보에 ‘시신’이나 ‘사망’과 관련된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원 의장의 모호한 언급을 두고 당초 이 씨가 사살되고 불태워졌다고 판단 내린 군이 지난달 25일 북한이 보낸 통지문 내용에 따라 이 씨 사망 경위에 대한 첩보 내용을 ‘톤다운(수위 조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원 의장은 8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음성(감청) 내용에 시신이나 사체라는 단어가 나왔느냐’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의 질의에 “그런 내용의 단어는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하 의원이 ‘뭘 태우긴 태웠는데 시신, 사체란 단어는 없었다는 의미냐’고 하자 “그렇다”고 했다. 원 의장은 ‘유해나 죽은 사람과 유사한 의미의 단어도 없었느냐’는 질문에 “정황상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그런 단어는 없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시신, 사체라는 단어는 없었지만 불태운 정황은 첩보로 포착했다”고 전했다.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이 이 씨를 사살한 뒤 시신에 기름을 뿌리고 소각했다는 기존 판단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청와대에 피살 사건 관련 통지문을 통해 이 씨 시신이 아닌 부유물만 불태웠다고 주장했다. 원 의장은 이날 군 첩보에 ‘자진 월북’을 의미하는 단어는 있다고 했다.

북한군이 이 씨에게 총격을 가한 뒤 소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불빛을 촬영한 ‘사진’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확인됐다. 원 의장은 ‘시신이 40분간 탔다고 하는데 영상이 있는 걸로 안다. 의장은 영상을 봤느냐’는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 질문에 “시신 소각 영상이 아니고 불빛을 관측한 영상인데 영상은 못 봤고 사진만 봤다”고 했다.

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를 대상으로 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는 이 씨의 ‘자진 월북’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됐다. 김홍희 해경청장은 “이 씨는 21일 오전 2, 3시쯤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김 청장은 “이 씨가 월북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내사 단계라 이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씨의 휴대전화가 인위적인 힘으로 눌러져 꺼져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청장은 이후 “통신사에 확인해보니 (휴대전화) 전원을 인위적으로 끌 경우와 배터리가 없어 꺼진 경우의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한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그분이 떠내려가거나 월북했거나 거기서 피살된 일이 어떻게 정권의 책임인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우리 국민을 구출하지 못한 건 안타깝지만 솔직히 정권이 달랐다고 해서 구출할 수 있느냐”고도 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