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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의장 “전작권 전환 지연땐 조건 수정 필요”

입력 | 2020-10-09 03:00:00

기준 변경해 전환 가속화 시사…문재인정부 임기내 마무리 의지
서욱-에스퍼 14일 안보협의회
‘전환 검증일정 단축 논의’ 전망속…“美 동의할 가능성 낮다” 회의론도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8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건의 수정·보완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2014년 한미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이후 군 최고 수뇌부가 전환 조건의 변경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처음이다.

14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SCM)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2022년 5월) 전작권 전환 의지를 내비치는 동시에 전환 작업에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원 의장은 이날 국회의 합참 국정감사에서 “(한미) 양측이 공식 합의한 것을 가지고 (전작권 전환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면서도 “그런 조건들로 인해 전작권 전환이 요원해지거나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지연될 경우 그런 부분을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작권 전환 후 한국군 주도의 미래연합사에 대한)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내년 전반기에 실시하자고 미측에 제의했다”며 “조속히 FOC 검증을 한 뒤 ‘×년(전환 시점)’이 정해지면 (전환 작업은 지금처럼 조건이 아니라) ‘타임베이스’로 가는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군이 어느 정도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기존 합의를 수정해 전환 시점을 정해 이때가 지나면 전작권 전환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것. 국방부도 이번 SCM에서 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을 미국 측에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 의장이 전작권 전환 조건의 수정·보완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조건 기반의 전작권 전환이 진척이 없을 경우 조건을 완화해 시기를 앞당기는 방식 등이 검토돼야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전작권 전환의 임기 내 실현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한미는 전작권 전환 후 한국군이 주도하게 될 미래연합사령부에 대해 2019∼2021년까지 3단계 검증 작업을 거쳐 전환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검증이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전체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최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도 한국군 훈련 준비 태세 등을 고려할 때 내년에도 전작권 전환이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현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전망이 확산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SCM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전작권 전환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양측이 전작권 전환의 3개 조건 가운데 1번(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확보), 2번 조건(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 확보)에 대한 평가를 조기에 끝내거나 코로나19로 지연된 미래연합사의 검증 일정을 통합 또는 단축하는 방안 등을 조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한국군의 북핵 대응력 미비 등을 이유로 조속한 전환에 부정적이어서 양측 간 이견이 노출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소식통은 “미군 지휘부는 북핵 위협 고도화 등 엄중한 안보 상황을 감안할 때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군이 최대한 조건을 갖춘 뒤 전작권을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