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수 국민의 힘 의원(왼쪽)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2020.10.7 © News1
북한군에 의해 살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47)의 동료 선원들이 해경 조사에서 일관되게 ‘월북’ 가능성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월북’했다는 정부의 수사 결과와 상반된 내용이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9일 해양수산부로부터 입수한 ‘무궁화 10호 선원 13명의 진술조서 요약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3~24일 이틀간 해경의 조사를 받은 동료 선원들은 이씨의 월북 가능성이 없다고 진술했다.
A선원은 ‘이씨의 월북 가능성은?’이란 질문에 “조류도 강하고 당시 밀물로 동쪽으로 흘러가는데 부유물과 구명동의를 입고 북쪽으로 헤엄쳐 갈 수가 없다”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월북 정황 증거로 해경이 강조한 선내 밧줄 밑에서 발견된 슬리퍼에 대해서도 동료 선원들은 “이씨가 운동화를 신고 있었던 것 같다”거나 “주인이 없었고 모 주무관이 이씨의 것이 맞다고 한 것을 들었다”고만 답했다.
자료에는 다른 11명의 선원에게 ‘이씨의 월북 가능성’ 질문이 나오지 않지만, 가정과 채무 상황을 제외하면 이씨에게서 별다른 이상은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4명은 이씨와 일면식이 없어 조사 내용도 거의 없었다.
확인된 동료 선원들은 이씨가 자진 월북보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가정과 채무 등 본인에게 닥친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A선원은 ‘자살, 타살, 월북 중 어떤 것이겠느냐? 이유는?’이라는 질문에 “자살이라고 생각하고 그 이유는 최근 이혼했고 금전적으로도 문제가 있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동료들의 이같은 답변에도 해경은 지난달 29일 중간 수사 발표에서 ‘자진 월북’ 가능성을 강조했다.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은 전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씨가 월북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윤성현 해경 수사정보국장은 슬리퍼에 대해 “대다수 선원이 이씨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동료 선원들이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해경이 이씨를 자진 월북자로 몰아간 것은 정치적 의도라는 강한 의심이 든다”며 “정부의 수사와 발표 자체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