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깜짝 수상한 미국 시인 "꾸밈없는 아름다움으로 개인의 목소리를 보편화"
“여기(미국)는 너무 이른 시각이에요. 지금 당장 커피를 좀 마셔야 하는데. 2분이면…(통화 시간이 괜찮지 않나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77)은 노벨위원회와 첫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반응했다. 노벨위원회가 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게재한 글릭과 3분22초가량의 전화통화 녹취록에서 그녀는 “지금 (통화가) 녹음이 되는 건가요? 지금은 정말 통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 등 언론들도 “노벨문학상 수장자인 글릭은 그날의 첫 커피를 아직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소감 말하는 것에 대해 시작하는 걸 망설였다”고 보도했다.
2분의 인터뷰 시간을 겨우(?) 얻어낸 인터뷰어 애덤 스미스가 “노벨상이 어떤 의미가 있냐”고 묻자, 글릭은 “너무 갑작스러워 전혀 모르겠다”고 답했다.
글릭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건 ‘깜짝 수상’으로 통한다. 앞서 해외 언론 등이 내놓은 후보 명단에 그녀는 없었다. 베팅 사이트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언론도 주목하지 않았다. 그의 책은 아직 국내에 번역된 것이 없다.
스미스가 당신을 아직 잘 알지 못하는 독자를 위한 추천 목록을 묻자, “경멸감을 느끼고 싶지 않는 독자라면 내 첫 책(‘맏이’(Firstborn))은 피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1993년작 ‘야생 불꽃’으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한 그녀는 대신 2006년 펴낸 ‘아베르노’와 최근작(2014년)인 ‘충실하고 선한 밤’(Faithful and Virtuous Night)을 권했다.
글릭에 대해 “꾸밈없는 아름다움으로 개인의 목소리를 보편화했다”고 평한 한림원은 ‘아베르노’와 관련해서는 “걸작으로 죽음과 지하의 그리스 신 하데스에 붙잡혀 지옥으로 내려가는 페르세포네의 신화를 환상적으로 해석했다”고 극찬했다.
마지막으로 스미스는 ‘살아있는 경험의 중요성’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글릭은 “그건 지나치게 거대한 문제”라고 응수했다. “여기는 겨우 아침 7시밖에 안 됐어요. 그것에 대해 분명 할 말은 있어요. 그리고 분명히 좋은 생각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2분이 지났나요?”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