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팬데믹과 마찬가지로 기후변화도 모든 지구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 피해는 가난한 나라와 취약한 계층에 집중된다. 열대지방의 국가들은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에 3% 정도의 책임밖에 없는데도 가뭄과 해수면 상승 등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수몰될 위험을 겪는다. 이에 반해 북반구의 부유한 국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오히려 경제적 혜택을 누리기도 한다. 지난해 4월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최빈국들은 국내총생산(GDP)이 17∼31% 떨어진 반면, 선진국에서는 1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2012년 세계은행 보고서에서는 “그 어떤 나라도 기후변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효과는 나라별로 불평등할 것이며 가난한 나라일수록 그 여파가 클 것이다”라고 했다.
코로나19의 대유행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27개국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서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90%를 넘었다. 그런데 기후변화를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긴급하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부유한 국가들은 45% 미만으로 동의한 데 반해 멕시코, 나이지리아 등 빈국에서는 시급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70%를 넘었다. 기후변화로 누가 가장 많은 고통을 받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응답이 빈국에서는 60%를 넘었으나 선진국에서는 40% 미만으로 나타났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기후변화의 피해를 더욱 심각하게 겪고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는 가진 자의 오만함으로 비칠 따름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후변화와 전염병은 생존과 직결된 현실적인 위험이기 때문이다.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