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베스트 닥터]<14> 조양현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 최소절개로 인공심장 삽입 첫선 “관리만 잘하면 반영구적 사용 가능” 헬기 활용한 중환자 병원이송 주도
조양현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가 인공 심장 장치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 교수는 이외에도 전국의 중증 환자를 헬기나 구급차를 이용해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해 치료하는 등 ‘중환자의학’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그는 2001년 3월 수도권의 한 병원에서 인턴을 시작했다. 인턴은 진료 과를 순환 근무한다. 4월 1일에는 흉부외과에 배치됐다. 그날 심장 대동맥이 파열되는 급성대동맥박리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 왔다.
문제가 생겼다. 하필이면 일요일이었고, 응급 수술을 시행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흉부외과 전공의가 수술이 가능한 주변 병원을 급히 물색했다. 다행히 한 곳을 찾아냈다. 전공의 지시에 따라 그가 환자 이송을 맡았다. 초보 중의 초보 의사였다. 환자 호흡을 돕기 위해 구급차 안에서 산소 펌프를 쉬지 않고 누르는 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자괴감이 몰려왔다. 환자가 병원을 떠돌다 구급차 안에서 사망하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잖은가. 바로 그때 결심했다.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환자들을 최대한 살려내는 외과 의사가 되겠다고. 뜻을 이뤘을까. 조 교수는 해외 저널에만 100편 이상의 논문을 실었다. 인공 심장 분야에서도 주목받는 의사가 됐다.
○ “인공심장, 심장이식 70∼80%까지 효과”
심장이 뛰지 않으면 생명은 꺼진다. 심장이 심하게 훼손되면 뇌사자의 장기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기자가 너무 많다. 게다가 뇌사자의 경우 뇌뿐 아니라 심장도 망가졌을 확률이 꽤 높다.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을 수는 없다. 호흡을 도와주는 장치인 ‘에크모’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중증 환자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인공 심장을 삽입하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인공 심장이 잘 작동하면 70∼80%는 심장을 이식했을 때와 효과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인공 심장 장치 가격은 보통 1억 원을 훨씬 웃돈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돼 700만 원 정도만 환자가 부담한다.
이 장치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삼성서울병원에서 2012년 당시 70대 남성에게 인공 심장을 삽입했다. 그 장치가 8년째인 지금도 잘 뛰고 있다. 국내 최장 기록이다. 이 사례를 근거로 조 교수는 “인공 심장을 잘만 관리하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비교적 젊은 40, 50대들은 심장 이식이 가능해질 때까지만 착용하기도 한다.
일종의 소형 컴퓨터와 비슷한 장치를 늘 지니고 다녀야 하는 건 단점이다. 몸 안에 삽입하는 펌프는 150∼200g 정도로 가벼운 편이다. 그래도 이물감이 느껴질 수는 있다.
인공 심장 장치는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과거에는 인공 심장을 삽입했을 경우 맥박이 느껴지지 않아 심장이 멈춘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최근 나온 장치를 착용하면 정상적으로 맥을 잡아낼 수 있다.
삽입 방식도 간편해졌다. 원래대로라면 가슴 중앙의 흉골을 전기톱으로 약 20cm 절개한 뒤 인공 심장을 삽입한다. 지난해 12월 조 교수는 심장 주변 2곳에 5∼8cm만 절개한 후 인공 심장을 삽입하는 기술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다.
○ 이송 빠른 헬기를 이동식 중환자실로
2013년 지방의 한 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실려 왔다. 그 병원 인턴이 환자 이송을 담당했다. 환자의 호흡을 돕기 위한 에크모 장치가 구급차에 실려 있었지만 배터리가 닳아버렸다. 결국 환자는 사망한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다. 19년 전 비극이 소환된 느낌이었다.
조 교수는 전국 어디에 있든 중증 환자를 안전하게 상급병원인 서울 대형병원으로 옮길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병원장에게 헬기와 구급차를 ‘이동식 중환자실’로 만들자고 제안했고, 동의를 얻어냈다.
2014년 1월 헬기와 최신 구급차를 이용해 전국의 중증 환자를 이송하기 시작했다. 헬기와 구급차 내부에는 생명 유지 장치를 설치했다. 조 교수 자신은 물론 중환자실 간호사까지 탑승해 환자를 직접 돌보며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했다. 멀리 제주도까지 날아가 환자를 데려오기도 했다. 지금까지 100명 이상을 이송했고 70% 이상은 아주 위중한 상태였지만 목숨을 건졌다. 조 교수는 요즘에도 매달 3, 4회는 전국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다.
2016년에는 부산의 한 병원에서 여섯 살 난 소년의 치료를 의뢰했다. 폐가 고장 난 그 소년은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였다. 그날따라 잇달아 문제가 발생했다. 헬기가 고장 나서 119 응급 헬기를 빌렸더니 내부 전원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에크모 두 대를 실어 헬기를 띄웠는데 날씨마저 야속했다. 그날은 그해 겨울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내부. 조 교수와 탑승자들은 모두 외투를 벗어 아이를 덮어야만 했다.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아이는 한 달 후 활짝 웃으며 퇴원했다.
조 교수는 “더 많은 중증 환자를 살리려면 에크모 장비의 국산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현재 조 교수는 에크모 국산화 정부 프로젝트의 책임자를 맡고 있다. 조 교수는 “프로젝트가 끝나는 6년 후에는 반드시 결실을 맺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숨 가쁜 강도로 주 3회 이상 규칙적 운동을” ▼
조교수가 말하는 튼튼한 심장 비결
튼튼한 심장을 만드는 비결이 있다. 제대로 운동하는 것이다. 조양현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는 “규칙적으로 운동하되 달리기나 빨리 걷기와 같은, 심박수를 높이는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평소 맥박수의 120% 이상, 그러니까 1분에 100회 이상 올라갈 때까지 운동 강도를 높일 것을 권했다.
낮은 강도의 운동은 심장 건강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게 의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하루에 1만 보를 걷는다고 해도 숨이 차지 않는 산책 수준이라면 체중 감량 효과는 있지만 심장을 튼튼하게 해주지는 못한다는 것. 숨이 가쁜 듯한 느낌이 들 정도까지 강도를 높여야 한다. 중등도 이상의 운동은 심장질환 발생률을 14% 낮추며 사망률을 20%까지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굳이 유산소 운동이냐, 무산소 운동이냐를 구분할 필요도 없다. 걷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지만 강도를 상당히 높이면 무산소 운동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의학적으로 이를 ‘무산소 역치’라 부른다. 이 경우 피로도가 상승하고 몸에 젖산이 축적된다. 체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무산소 역치가 일찍 온다. 이런 사람들은 꾸준히 체력을 올려 놓는 게 시급하다.
운동 효과를 톡톡히 보려면 일주일에 3회 이상, 매회 30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체력이 뒷받침된다면 이를 4회 이상, 40분 이상으로 상향할 것을 조 교수는 권했다.
꾸준한 운동의 장점이 또 있다. 조 교수는 “과거에는 500m를 쉽게 주파했는데 언젠가부터 300m만 가도 힘에 부친다면 단순한 체력 저하가 아니라 심장 질환을 의심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우연히 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것. 또 기온이 떨어진 요즘, 운동할 때 가슴이 뻐근하거나 싸한 느낌이 든다면 의사와 상담해 보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