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각종 기전 승승장구로 대기록… 1988년 이창호 승률 88% 넘어서 인간 최초 바둑점수 3800점 돌파 랭킹2위 박정환과 남해서 빅매치 7차례 대국서 승률 유지할지 주목
지는 법을 모르는 신진서 9단이지만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산은 커제 9단이다. 올해도 LG배 본선 16강전에서 졌다. 하지만 올해 박정환 9단을 넘은 것을 볼 때 커제 9단도 시간문제라는 것이 바둑계의 중론이다. 동아일보DB
2000년대 중반 전성기를 구가하던 이세돌 9단이 “올해 목표는?”이란 질문을 받으면 입에 달고 다닌 대답이다. 기전 우승에는 관심 없고 오직 승률을 올려 명예를 갖고 싶다는 뜻이었을까. 아니었다. 그의 진정한 답은 “승률 80%면 우승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승률 80%는 우승이 따라오는 매직 숫자. 야구로 치면 3할 5∼7푼을 치는 것과 비슷하다. 최고 타율은 물론 홈런왕, 최다 안타, 장타율 등의 타이틀이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그런데 승률 90%는 어떨까. 야구의 4할 타자와 같다. 그런데 올해 이 어려운 일을 해낼 것 같은 기사가 있다. 신진서 9단(20)이다.
만 20세인 신 9단은 그동안 차세대 1인자로 꼽혔지만 올해 들어 만개하고 있다. 타이틀 획득은 물론 국내 랭킹에서 10개월 연속 1위를 달리고 있고, 그동안 역대 전적에서 뒤지던 박정환 9단에게 올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신 9단은 인공지능(AI)에 가장 가까운 바둑을 두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인공지능이 가장 좋다고 추천하는 이른바 ‘블루 스폿’을 결정적인 장면에서 어김없이 둔다는 것이다. 별명도 ‘신공지능’이다. 중국 1인자 커제 9단은 “지금의 신진서는 인공지능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다. 사람 모습을 한 AI”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신공지능’이 승률 90%를 과연 유지할 수 있을까. 신 9단은 현 상태에서 한 판만 져도 승률이 89%로 떨어진다. 연말까지 남은 공식 기전은 KBS바둑왕전 4강, 삼성화재배 본선, KB바둑리그 등 10여 국이다. 여기서 2번 지면 90% 유지는 어렵다.
바둑계에선 특별 대국 첫판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승준 9단은 “만약 첫판을 신 9단이 이긴다면 이후에도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박 9단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보긴 힘들지만 최전성기의 기사들이 한번 승세를 타면 누구도 막기 힘들다”고 말했다.
신 9단의 승률 90% 기록이 올해 바둑계를 지켜보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