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특수목적견의 견(犬)생 2막 큰 체격 나이도 입양에 걸림돌 정든 핸들러와 이별도 스트레스 장애인 안내견은 상대적 인기 좋아
7일 오후 생일을 맞은 은퇴견 ‘풍요’가 가족들이 준비한 생일파티를 즐기고 있다. 고깔모자를 쓰고 가족들과 환하게 웃고 있는 이날의 주인공 풍요 앞에는 풍요의 애착인형과 가장 좋아하는 과일인 배가 놓여 있다. 장지윤 씨 제공
그런 그들도 ‘은퇴’를 한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수행능력이 떨어지면 유니폼을 벗고 ‘평범한 생활’로 돌아간다. 특수목적견의 ‘견생(犬生) 2막’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까.
○ 점잖던 안내견이 애교덩이로 변신
7일 장지윤 씨(44)의 ‘반려견’ 풍요는 10번째 생일을 맞았다. 생일선물로 간식꾸러미를 받자 기분이 좋아진 풍요는 ‘벌러덩’ 누워 배를 보여주는 애교를 선보이기도 했다. 래브라도레트리버인 풍요는 지난해부터 장 씨의 동반자가 됐다.
사실 풍요는 6년 동안 시각장애인을 도운 베테랑 안내견이었다. 장 씨는 “시각장애인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지키고 돕는 역할을 하다 보니 처음 왔을 땐 차분한 편이었다”면서 “이제는 기분이 좋으면 밖에서 산책하다가도 애교를 부린다. 요즘은 풍요가 우리 동네 스타”라며 웃었다.
풍요와 동갑인 10년생 ‘비오’도 지난해 군에서 전역한 은퇴견이다. 늠름한 자태를 뽐내는 독일산 셰퍼드인 비오는 군에서 유능한 ‘정찰견’이었다고 한다. 비오를 입양한 최용석 씨(32)는 다름 아닌 7년 전 군 수색대에서 비오를 훈련시키던 현역병이었다.
언제나 늠름하고 당당했던 비오지만 요즘 취미는 낮잠과 일광욕. 비오와 최 씨의 만남은 서로에게 행운과도 같았다. 군견 시절 비오는 처음엔 수색대에서 꼴찌를 면치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 애견훈련사 출신인 최 씨를 만나 1등 정찰견으로 뒤바뀌었다. 최선을 다했던 비오에게 최 씨가 이제 바라는 건 단 하나.
○ 사회에 공헌한 개들에게 관심을
솔직히 풍요와 비오는 특수목적견 가운데 큰 행운을 얻은 케이스다. 상당수 은퇴견들은 이렇게 행복한 은퇴생활을 즐기기 쉽지 않다. 아무래도 나이가 적지 않고 대형견이 많다 보니 가정 입양이 수월하지 않다. 입양이 되지 않은 개들은 소속기관의 제한된 공간에서 업무도 없이 기본적인 관리만 받으며 노후를 보낸다.
특수목적견 훈련사로 일하다가 은퇴견을 돕는 단체를 설립한 권영율 아워비전 대표(42)는 “독일 미국 등에 비하면 국내에선 특수목적견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홍보가 필요하다”면서 “이들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래브라도레트리버는 대형견이라도 친근한 편이라 입양 수요가 비교적 높다. 하지만 셰퍼드나 말리누아 등은 강인한 외모 때문에 입양을 꺼린다. 최 씨는 “경찰견이나 군견들이 공격적일 거란 선입견은 잘못된 오해”라며 “한국 군견은 대부분 정찰견이지 진압견이 없다. 예민하거나 공격적인 개들은 까다로운 특수목적견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