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뤄부포 핵 실험장을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모습. [Maxar Technologies]
미국 국무부는 최근 발표한 군비통제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핵실험 금지를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뤄부포에서 ‘무수율’(zero-yield) 핵실험과 같은 소규모의 핵실험을 실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수율 핵실험을 실시하면 핵탄두를 폭발시켰을 때 나타나는 연쇄반응은 없고, 미량의 핵에너지만을 방출한다. 보고서는 이곳에서 1년 내내 굴착작업을 포함해 실험장 가동 준비 작업으로 보이는 움직임이 인공위성을 통해 포착됐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의 성능 향상을 위해 무수율 실험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세계 3위 핵 보유국인 중국
이와 관련, 빌링슬리 특사는 지난 9월 27일과 28일 한국을 방문해 함상욱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등 고위 관리들을 만나 비밀리에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중국의 군비 증강 정보를 공유했다. 빌링슬리 특사는 중국을 두 차례나 ‘핵으로 무장한 깡패’(Nuclear Armed Bully)라고 지칭하면서 중국의 핵·미사일 위협을 지적했다. 빌링슬리 특사는 “중국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의 구애를 받지 않아 지난 30년간 1000~2000기의 순항·탄도미사일을 개발해 배치했다”며 “중국은 2018년 218회, 지난해 225회, 올 8월까지 70회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는데, 이는 가까운 시일 안에 핵무기를 2배로 늘려 배치하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는 의회에 제출한 ‘2020 중국 군사력 보고서’(9월 1일자)에서 “중국은 향후 10년간 핵전력 증강 및 현대화에 따라 핵탄두 보유량을 최소 2배로 늘릴 것”이라면서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중국의 ICBM 장착 핵탄두는 현재 100여 개에서 5년 내 200여 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또 “중국은 지상·해상·공중 기반 핵전력 증강으로 3축 핵전력을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3축 핵전력(nuclear triad)은 육상의 ICBM, 해상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공중의 전략폭격기 등을 말한다. 보고서는 “중국이 새로운 핵분열 물질 생산 없이 핵무기 비축량을 갑절로 늘릴 수 있는 충분한 물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드 스브라지아 미국 국방부 중국 담당 부차관보는 “중국이 과거 알려진 것보다 핵탄두 생산능력이 훨씬 발전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3축 핵전력 중 두 가지만 보유해왔지만 이제는 3축 핵전력 완성에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오는 11월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초음속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훙(轟·H)-20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차세대 ICBN인 DF-41. [China mil]
미국은 중국의 차세대 ICBM인 둥펑(東風·DF)-41을 가장 위협적으로 보고 있다. DF-41은 최대 사거리가 1만4000㎞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DF-41이 더욱 가공스러운 것은 핵탄두를 한꺼번에 10개까지 동시 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DF-41은 총중량 1200㎏까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최대 마하 10의 속도로 비행하는 핵탄두들이 10개의 목표물을 동시 타격하게 되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로는 완벽한 요격이 불가능하다. DF-41은 직경 2m, 길이 15m, 중량 25톤으로 3단 고체연료 추진체로 발사되는데, 차량과 열차에 탑재한 상태에서 발사할 수 있다.
미국의 ‘프로젝트 2049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핵탄두 대부분을 친링(秦嶺)산맥에 있는 이른바 ‘지하 강철 만리장성’에 보관하고 있다. ‘지하 강철 만리장성’은 적의 핵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산 아래 땅속 깊이 자리한 일련의 방어 시설을 말한다. 산의 암반은 적의 공격을 막을 만큼 두텁지만, 방어 시설의 입구와 출구는 취약하기 때문에 강철로 만들어졌다. 이 시설은 지하 1㎞에 내부 터널 길이가 500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터널은 초대형 트레일러가 다닐 수 있을 만큼 넓고, 도로와 철길로 이어져 있다. 지하 만리장성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사람은 중국의 군사 전문가인 첸치후(錢七虎·82) 공정원 원사이다. 첸 원사는 중국 관영 영자지인 ‘글로벌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하 강철 만리장성은 극초음속 무기를 비롯해 핵폭탄을 장착한 벙커버스터(Bunker buster) 등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지하 강철 만리장성 모습. [궈팡바오]
중국은 그동안 비핵국가에 대해서는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안전 보장’과 핵보유국을 상대로도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핵선제불사용’(核先制不使用) 원칙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중국의 핵전력 강화와 현대화 계획을 볼 때 이런 원칙들은 이미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의 비공식 대변인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장은 최근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중·미 관계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오만한 태도를 억누르는 가장 좋은 카드는 더욱 강력한 핵무기를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 총편집장은 중국의 핵전력 확대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의식한 듯 “미국의 일방적인 행동으로 중국의 국가 안보가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국제사회가 중국이 처한 상황을 이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후 총편집장은 “중·미간에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서로의 의지를 시험하게 될 때 중국으로선 충분한 핵무기를 갖고 있어야 그 의지가 더욱 굳세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군사 전문가 쑹중핑도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려면 핵전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네기-칭화 국제정책센터의 군사전문가인 자오퉁 연구원도 “중국은 핵탄두 숫자를 공식적으로 공개한 바 없다”면서 “중국은 현재 3위 핵 강국이지만, 중요한 점은 핵탄두를 대량으로 늘리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내년 2월 시효가 종료될 예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 참여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이 협정의 주요 내용은 미국과 러시아의 핵탄두 수를 1550개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다.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이 “중국은 얻는 이득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 협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듯이, 중국은 핵전력을 증강하고 현대화해 미국과의 격차를 좁힐 때가 왔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자칫하면 중국은 ‘핵깡패’가 될 수 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60호에 실렸습니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